기사 메일전송
한 해의 시작에서 삶의 마지막을 말하다 -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삶의 유한함에 대하여
  • 기사등록 2024-01-29 12:43:43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호스피스는 병을 완치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며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부르는 영화 속 환자 주변 가족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절망 속에도 기쁨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호스피스 사람들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 두 명을 둔 박수명씨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죽음 이후 남겨지는 사람들을 걱정한다. 생의 말미에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마지막을 준비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는 집에서도 예쁘고 멋지게 꾸며보며 소박한 사진을 남기는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에는 아빠의 손을 잡고 결혼하지 못하는 딸과 가족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도 아픔을 느낄 수 있을을 실감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남겨질 이를 생각하는 안쓰러운 마음과 남겨진 이들의 섭섭함을 느낄 수 있다.



두 아들의 엄마인 김정자씨는 담도암 말기이다. 그녀는 태양을 싫어하고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고 자주 말한다. 사실 김씨는 자식에게 학비도 내어주지 못한 미안함을 안고 있다. 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티면서 드디어 10년 만에 보금자리를 얻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포근한 아파트에서 가족들은 마지막 집들이를 한다. 집 안에는 피아노로 연주하는 결혼 행진곡이 울린다. 남편은 100년을 가지 못한 결혼 생활에 아내에게 고생만 시킨 것 같다는 미안함을 전했다. 아들이 취업했다며 깜짝 발표하고 다들 기뻐하는 장면에서는 가족 간의 사랑을 느껴본다.

얼마 후 김정자씨께서 돌아가시는 과정은 슬프지만 편안한 미소와 함께였다. 남은 가족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문득 궁금해진다.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죽음이 다가온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오히려 삶을 대하는 초연함과 담담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다시금 돌아보았다. 다행히 잘 살아온 것 같다. 죽음이 아쉽지 않도록, 현재를 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가져본다.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전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솔직하게 진심을 말하며 하고 싶은 일도 조금씩 도전해보면서 유한해서 좋은 우리네 인생을 대하고 싶다. 


인간은 죽음을 향하는 존재이니,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자 한다. <교육철학> 강의에서 다룬 죽음 교육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강의 말미에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매일이 삶의 마지막 날인 듯 동시에 긴 삶의 첫 번째 날인 듯 살아라.”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가끔 내려가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 가시는 조부모님을 보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니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시골이라도 시간을 내어 자주 찾아뵙고 밥한끼 따뜻하게 함께 하고자 한다고 그런다. 할아버지께서 으레 건네시는 손자가 너무 야위었다는 말에 아니라고 답하지만, 걱정하시는 모습에 감사하고 살아계실 때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필자가 죽음에 대해 인식하게 된 계기는 엄마께서 고등학생일 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일이었다. 최근에는 진주에 사시는 할머니를 보며 가까이에서 죽음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요양원에 계셨는데, 부드러워 드시기 좋다는 카스테라를 들고 가족들과 인사를 드렸었다. 작은 시간을 보내고 할머니의 손을 잠시 잡으며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죽음에 대해 인식할 수는 있지만, 집착하지 않고 그저 그럴 수 있음을 알고 현재의 순간과 관계를 소중히 대하다 보면 나 이만 하면 잘 살았구나, 잘살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내면이 채워지고 비로소 죽음에 초연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지금 건강하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성 비염으로 집중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자주 드는 겨울에는 왜 이렇게 불편해하며 살 수 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건강히 살아갈 수 있음에,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바라는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음에,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전할 수 있음에 고맙다.



그런 마음들을 잊지 않기 위해 필자는 매일 아침 일어나 감사일기를 쓴다. 감사일기에는 이런 질문들이 적혀있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나를 위한 긍정의 한 줄은?” 이렇게 3가지의 질문에 3개의 답을 적어보면 된다. 이 글을 적었던 토요일 아침에는 이렇게 썼다. 힘든 마음이 들면서도 나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헤쳐갈 수 있다는 것,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 공부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감사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공부하고 마음에 닿는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을 나의 언어로 소담하게 표현하면 좋겠다. 타인과 나를 소중히 대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자는 다짐을 적었다. 감사일기를 시작한 이후 자신의 존재 자체에, 미래를 그려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편지를 남긴다. 그렇게 하면 누군가는 다시 전하고 싶은 말들을 전해준다. 그런 순간들이 고맙고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어 행복하다. 물론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것이 먼저이겠다. 삶에 ‘나’가 없고 스스로 사랑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다정함을 건넬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점들도 생각하면서 찾아오는 인연에 마음 다해 사랑을 전하고자 한다.


바쁘지만 시간을 내어 소중한 사람을 보러 오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 고마운 마음에 그 시간을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보내려 한다. 인식하지 못하지만, 친구들은 네가 주는 게 많다고 한다. 주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받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온전히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어주는 것이 즐겁다.



삶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아도 그렇다. 죽음에서처럼 여행에서도 마지막은 있겠지만, 여행의 시작에서 느끼는 설렘이 있다. 여행의 과정에서 보이는 생경한 풍경, 길거리에 풍기는 내음, 사람들의 여유로움에 우리는 잠시 행복감에 젖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끝나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다시 갈 날을 기약하며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죽음을 대할 때도 그렇게 생각해보려 한다. 의연하게, 감사함으로.



삶의 끝에 대해 나누어보는 글을 심꾸미 8기의 마지막 글로 남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연말이 끝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소중하게 대하고 싶은 존재가 있다면 그에게 잊지 않고 표현해보기도 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 또한 곱씹어보는 기회를 만드는 2024년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기사

외로운 한국의 청년들, 정신건강의 위기

나도 모르는 사이 중독된 것들… 답은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기

나와 네가 함께 삶을 살아간다는 것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불안했던 순간에서 벗어난, 나의 행복 발견법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코다

요즘 애들은 왜 이래?

요즘 교사들의 마음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현자들이 말하는 결혼, 그리고 더 중요한 결혼 이후의 삶

우리가 사교육을 선택하는 이유

집중하는 법을 잊은 우리에게






출처

네이버. 영화 <목숨> 스틸컷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7988
  • 기사등록 2024-01-29 12:43:4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 김서윤 김서윤의 다른 기사 보기
  • rlatjdbs1115@naver.com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보람을 느끼는 삶을 꿈꾸는 김서윤입니다. 삶이라는 여행을 걷고 있는, 뚜벅뚜벅 걸어가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