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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진현 ]



아마 다들 한번쯤 컨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옆자리 친구의 OMR 카드를 힐끗거린다든지, 손에 중요 내용을 적어둔다든지. 그 스릴 넘치고 긴장되는 순간을 완벽히 포착한 영화가 있다. 영화 <배드 지니어스>는 2017년 개봉된 태국 영화로, ‘린’이라는 장학생이 돈을 벌기 위해 친구들의 부정행위를 도우면서 생기는 일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수많은 국제상을 타고 한국인들의 정서에도 잘 맞는 영화라 생각하지만 그에 비해 한국 극장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못내 아쉬운 영화이다. 그래서 이번 참에 한번 소개해보고자 한다. 




<배드 지니어스> 속 부정행위 연출


<배드 지니어스>의 주인공들은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할 광경 속에 있다. 같은 교복을 입고 획일화된 교육 속에서 끝없는 경쟁 후 얻는 성적으로 인생이 결정될 것만 같은 영화 속 태국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환경은 필히 학업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이 스트레스는 영화 내내 체감된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부터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계 초침 소리까지, 이 영화는 긴장감 조성에 온 힘을 다한다. 특히 슬로우 모션의 적절한 사용과 인물들의 상기된 얼굴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장면들은 이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이러한 기법들은 컨닝이라는 스릴 넘치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 은연 중에 깔려있는 리스크가 그 긴장감을 배가한다. 그리고 그 리스크는 성적 취소, 정학, 유학 금지 등이라는 장치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쯤 되면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그런 심각한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왜 주인공은, 그리고 나아가 우리는, 부정행위를 일삼는 것일까?




자꾸만 옆 자리 OMR 카드를 보는 이유


미들버리 칼리지의 아우구스투스 조던 교수는 크게 두가지 동기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감소된 내재적 동기이다. 학습 내용에 대한 내재된 흥미가 없다면, 부정행위를 저지를 확률은 올라간다. 두 번째는 외재적 동기로, 좋은 성적이나 그 외 보상을 바랄 이유가 있다면 부정행위를 할 확률이 올라간다. <배드 지니어스> 속 주인공 린의 도움을 받아 부정행위를 하는 그레이스와 팟은 둘 다 큰 외재적 동기가 있다. 그레이스의 경우 성적이 3.25를 넘어야 연극에 참여할 수 있고, 팟은 새 차를 받을 수 있다. 이에 가담하는 린은 이를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다. 큰 외재적 동기가 있어 이들은 부정행위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일 것이다. 메리 워싱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레팅거 교수는 “부정행위는 전염성이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의 여부가 부정행위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이런 사실이 명확히 보여진다. 린이 첫 부정행위를 행하기 전, 린은 주변 다른 많은 학생들이 유출된 시험지를 받아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결국 린이 자신만의 부정행위를 시작하는 도화선이 된다. 나아가 두번째 부정행위를 하기를 결심하는 데에는 학교가 학부모들의 뇌물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큰 원동력이 된다.


이런 수많은 동기들을 더욱 강력하게 하는 배경에는 경쟁적인 사회 속 학업 스트레스이다. 프라밀라 말릭 교수는 이에 관해 크게 또래 간 경쟁, 부모의 압박, 그리고 학교 환경이라는 세가지 스트레스 요소가 실제로 부정행위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밝히기도 했다. 압박을 받다받다 결국 무게에 이기지 못해 부정행위에 가담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린을 응원하는 이유



주인공 린은 일종의 악당이다. 돈을 대가로 부정행위를 일삼고 남들을 끌여들여 더 큰 판을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린이 부정행위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들킬 듯할 때는 마음을 졸이고 성공했을 때는 함께 축하한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야 이 모순을 인지했다. 대체 우리는 왜 린의 성공을 응원하는가?


이런 악당을 응원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심리학의 측면에서 가장 우세한 이유 중 하나로는 ‘근본적 귀인 오류’가 제시된다. ‘근본적 귀인 오류’란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그 사람 탓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상황 탓을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옳다는 신념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파 대학의 조나단 코헨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주인공과 우리를 동일시하게 된다. 그러면서 관객은 관객으로서의 자리를 잊고 주인공의 시야를 일시적으로라도 가지게 된다. 이런 효과는 영화에서 배가 되는데, 영화를 만드는 모두가 관객을 주인공의 시야에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배드 지니어스>에서 우리가 린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숨어있다. 뉴스에서 만약 “수능 시험 당일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우리는 분명 그 학생들을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편부모 가정 속에서 가난하게 자라 장학금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던 학생들이 부정행위라는 마지막 희망을 꿈꿨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 한켠에 측은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마치며


<배드 지니어스>는 부정행위라는 내용을 긴박감 넘치는 상황으로 풀어낸 멋진 영화이다. 주인공이 악당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성공적으로 담아낸 영화는 결국 관객을 설득해낸 데 성공한 것이니 더욱 의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말에서 이 영화는 “모든 건 나에게 달려있어”라며, 근본적 귀인 오류로 인한 자기합리화를 멈추기를 선택한다. 나는 그것이 참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Rettinger, D. A., & Jordan, A. E. (2005). The Relations among Religion, Motivation, and College Cheating: A Natural Experiment. Ethics & Behavior, 15(2), 107–129. https://doi.org/10.1207/s15327019eb1502_2 

Rettinger, D. A., & Kramer, Y. (2008). Situational and Personal Causes of Student Cheating. Research in Higher Education, 50(3), 293–313. https://doi.org/10.1007/s11162-008-9116-5 

Malik, P., & Devi, S. (2022). Academic Cheating Among Students in the Context of Peer Pressure, Parental Pressure & School Environment: An Analytical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Creative Research Thoughts, 10(7), 258–268. 

Cohen, J. (2018). Defining Identification: A Theoretical Look at the Identification of Audiences with Media Characters. Advances in Foundational Mass Communication Theories, 253–272. https://doi.org/10.4324/97813151644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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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07 19: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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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wowowow072024-03-18 18:22:30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임에도 정말 응원하며 보았던 영화였는데,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근본적 귀인 오류를 통해 설명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기사를 통해 관객들이 주인공 편에 서도록 유도하기 위한 영화의 장치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또, 부정행위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영화를 해석한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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