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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도윤 ]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 DSM-5



DSM은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 DSM)』 책자이다. 책자마다 순서대로 숫자가 붙어 1952년 DSM-I을 시작으로 현재 DSM-5까지 출간되었다.


DSM은 의학적 모델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몇 가지 진료 장면을 바탕으로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질병에 대한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한다. 즉, 각각의 정신적 장애를 ‘범주’로 정의하여 실체화하며, 공통된 증상의 목록을 가시화한다. 


DSM은 5번의 개정을 거치며 진단 기준이 변화해 왔다. 2013년 개정된 DSM-5는 이전 버전에 비해 분류체계가 대폭 개정되었다. 직전의 DSM-IV의 분류범주의 수가 17개, 전체 진단개수가 297개인 반면, DSM-5는 분류범주의 수가 22개로 새롭게 분류되고, 진단개수가 350여 개로 늘어났다. DSM-IV-TR까지 개정판의 숫자는 로마자로 표기되었으나 DSM-5부터 아라비아 숫자로 변화한 것 또한 DSM-5 개정판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임상연구의 진전에 따라 개정이 자주 일어날 것임을 내포하고 있다.

 

 

의학적 치료를 멀리함

DSM-5의 범주는 임상적 주의의 초점이 정신질환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 치료의 중요한 측면을 멀리하는 것일 때 사용될 수 있다. 그런 멀리함의 이유로는 치료로 생긴 불편, 치료비, 개인적 가치 판단 혹은 치료 목적에 대한 종교나 문화적 믿음, 연령 관련 쇠약, 정신질환의 존재 등이 있다. 

 

위 설명은 DSM-5의 진단 범주 중 하나인 ‘의학적 치료를 멀리함’ 항목을 말한다. 증상이 ‘의학적 치료를 멀리함’ 진단 기준에 포함될 경우, 진단 결과에 맞는 치료와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 치료를 멀리하는 것만으로 정신질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의학적 치료를 멀리함’의 범주는 다른 질병의 범주와 중복되는 부분이 다수 있어 다른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과 분명히 구분 여부 또한 문제가 된다. 


 

정상과 이상의 분류 기준, 적절한가?


“DSM-5 이념의 위험성은 누구나 정신질환자로 진단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정신질환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DSM-5의 늘어난 분류 범주와 진단개수가 정신건강 분야의 사람들의 원만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 또한 많다.


DSM-IV 개정에 큰 공헌을 한 프랜시스(Allen Frances) 박사는 DSM-5의 바뀐 진단 기준이 정상 상태와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정신질환 진단율이 늘어나고 불필요한 약물 처방 또한 증가할 것이라 경고하였다. 

 

김청송은 자신의 연구에서 DSM-5의 분류체계와 진단 숫자의 급속한 팽창이 정신과 의사들과 제약회사의 힘과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제약회사와 정신과 의사 간의 연결고리가 DSM 진단 기준 개정에 영향을 주어 미국정신의학회 또한 DSM의 출판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DSM-5의 과잉 진단은 환자에게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이는 주변의 편견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환자 스스로 정신장애 진단을 받고 그것에 맞게 자신을 재단할 가능성이 있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원인을 아는 질병은 분명하게 진단이 가능하다. 신체적으로 아프다면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알기 위해 항원 검사를 실시하거나 몸 내부를 찍어 무엇이 그러한 증상을 나타나게 했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한편, 정신질환은 객관적으로 판단이 어려우며, 원인을 시각적으로 확인하지 못한다. 이러한 특성에 기인하여 현재 정신의학과에서는 정신질환을 카테고리로 묶어 진단하고 겉으로 드러난 증상으로 정신질환 진단을 한다. 이는 자연스레 과잉 진단으로 이어진다.

 


2013년 DSM-5가 출간되고 10여 년이 지났다. DSM-6가 출간되기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DSM-6는 정신질환의 진단과 분류에서 대안적인 방향으로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범주적 접근에서 차원적 접근으로 수정이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DSM의 최종적인 목표는 원인론에 근거한 진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청송. (2016). DSM의 변천사와 시대적 의미의 고찰.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21(3), 475-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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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5 07: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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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jgwon642024-03-23 20:24:21

    성격심리학 수업시간에 DSM 진단도구에 대해 배운 적이 있어서 기자님의 기사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DSM-5 이념의 위험성은 누구나 정신질환자로 진단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정신질환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라는 내용에 굉장히 공감했던 게, 수업을 들으며 여러 기준에 대해 배우다가 여러 부분에서 '어 이것도 내얘긴데?' '어 이거 내얘긴데?'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고 저 뿐만 아니라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몇년 전에 들었던 수업이라 기억이 다소 흐려져 가던 중 기자님이 기사를 보고 지식을 다시 한 번 일깨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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