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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유민 ]



작년 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는 정신과 간호사 정다은을 중심으로 마음의 병을 앓는 정신병동의 환자들, 환자의 가족들, 그리고 의사, 간호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는 힐링 드라마이다. 의사 중심이었던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와는 다르게, 간호사와 환자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데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자칫 자극적이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병’을 마주하고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 같은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 중에서도, 필자는 송효신 수간호사와 그녀의 동생인 송애신 환자의 이야기가 가장 여운에 남았다. 수간호사 효신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동생 애신의 보호자이자 간호사로서, 그동안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이 겪었던 차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애신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고, 여태껏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아파트 입주를 거절당하기도 하였다. 입주민들은 조현병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막연한 두려움, 공포심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각인이 자극적으로 보도되었던 ‘치료받지 않은’ 극히 일부 정신질환자들의 어리석은 범죄 때문이며, 모든 정신질환자의 문제가 아님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한편, 정다은 간호사는 유독 애정이 깊었던 담당 환자의 자살 이후로 급성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타 정신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된다. 이후 다시 복직했을 때, 다은이 근무하는 정신병동 환자의 보호자들로부터 “정신병 이력이 있는 간호사는 정신과 간호사 자격이 없다” 며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에 수간호사 효신은 적극적으로 맞서 주었고, 정신병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병’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세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많은 정신질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병을 숨기게 되는 불편한 현실과, 이로써 비롯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진심을 담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필자가 위의 줄거리를 다소 자세하게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필자는 사실, 정신질환자의 가족이다. 가족의 조현병 진단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정신질환자가 겪는 고통을 체감한 바 있다. 강제적 입원치료와 사회적 편견 등으로 오랫동안 힘들어했던 가족 모두의 상황에 한없이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던 경험이 있다. 드라마를 보고나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공감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힘들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부축하고 일으켜 세우는 법을 배웠고, 보호자의 입장에서 지치지 않는 사랑과 관심을 환자에게 보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깊이 깨달았다.  


뼈가 부러지거나 감기에 걸리는 것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얼마나 아픈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아프고 병든 것은 우리가 당사자들의 고통을 쉽게 헤아릴 수 없다. 당장 자기 자신이  겪을 수 있고, 가족이나 지인이 겪을 수 있는 병에 대해 침묵을 깨고 담담히 이야기해준 이 드라마에게 감사하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를 통해 우리 모두 언제든지 갑작스럽게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고, 그 사실이 절대 숨기거나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낙인에 익숙해지고,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많아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드라마 시청을 추천하고 싶다.  정신질환과 관련한 우리의 현주소에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파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통해서 필자 역시, 가족을 간호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얼룩이 번지고 있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무너지는 과정에서 나름 많이 배우고 성찰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병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때가 있었다. 씁쓸하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었던 정다은 간호사의 대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편견과 낙인이라는 얼룩도 언제 어디서 생긴지도 모를 크고 작은 얼룩도 흉터에 가려져 얼룩인지도 몰랐던 얼룩도 내가 스스로 엎지른 물 때문에 생겨버린 얼룩도 모두 깨끗이 씻어내고 털어버리자. 다 마르고 뽀송해질 내일을 그리고 언젠가 올 깨끗한 아침을 기다리며.” 

 



출처 : 조영숙. (1981). 정신질환자 가족들의 정신질환에 관한 태도 조사연구.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11(1),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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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5 07: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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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ejinwoo09112024-03-23 04:25:23

    이 글을 읽으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 작품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대한 당신의 소중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고, 그들이 힘든 싸움을 얼마나 치열하게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참 멋진 거 같아요.
    경험을 바탕으로한 솔직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정말 감명깊었어요.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을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한, 작품을 통해 병든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도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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