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조수빈B ]



pexels

때때로 타인의 힘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마치 그 일의 당사자가 된 것처럼 마음이 힘들어질 때가 있다.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일이 아닌, 그저 이야기로만 들은 것이 전부임에도 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어찌 보면, 슬픔을 나누는 것은 슬픔을 반으로 덜어내는 것이 아닌, 배가 되도록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전염되는 타인의 감정, 대체 왜 그런 걸까?



감정은 옮을 수 있다.


감정은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주헌(LG경제연구원)의 “구성원들의 부정적 감정, 전염성 높다” 논문에 따르면, 감정의 전염이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 등을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경향”이다.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내면화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뇌에 있는 거울 신경세포 때문이다. 이 세포가 목소리와 표정, 어조 등에 영향을 받아 발화하고, 우리가 타인의 언어적, 비언어적 감정 신호에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 연구에서 생생한 감정 경험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동일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또한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모두 전염성을 가지고 있지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감정의 전염이 더욱 빠르고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고운 기자의 “감정 전염” 기사에 따르면,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린 공포와 불안 등을 빠르게 인지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더욱 필요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의 전염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으로도 전염이 될 수 있다고?


이와 관련하여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감정의 전염이 직접적인 전달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전달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드라마 주인공의 불행한 처지나 필자의 행복한 감정이 담긴 게시물 등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 상황에 이입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페이스북 코어 데이터 사이언스 팀은 한 연구에서 직접적인 접촉이나 비언어적인 신호가 없는 글과 이미지 만으로도 감정의 전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결과를 도출해 냈다.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소식이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자주 접하는 게시물이 부정적인 것인지 긍정적인 것인지에 따라 개인의 사고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면으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감정은 널리 퍼져나갈 수 있다.



공감이나 감정이입과는 다르다.


감정의 전염은 공감이나 감정이입처럼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지만, 분명한 차이점 또한 존재한다. “감정 전염: 타인에게 어떻게 감정이 옮아가는가”의 심리학자 Gema Sannchez Cuevas는 공감과 감정 이입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며, 이들을 “타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세계관과 감정을 살피는 것.”으로, 감정 전염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느껴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감정을 완전히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감정의 전염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감정에 동화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 전달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될 수 있다. 또한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낌으로써 상대방의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Carlin Flora의 “Protect Yourself from Emotional Contagion”에 따르면, 하와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Elaine Hatfield는 원시적인 정서적 전염은 인간 상호 작용의 기본적 구성요소이며,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정의 전염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사실 또한 꼭 인지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부정적인 감정의 전염일 것이다.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감정은 개인의 내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퍼져나간 개인의 불만은 환담(幻談)의 형태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무조건적으로 동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Stephanie Thurrott의 “Emotions Are Contagious: Here Are 2Ways to Stop Catching Them”에 인용된 두 가지의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 방법은 ‘상황에 대한 생각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를 위하여 ‘인지 재평가’라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데, 상황을 다시 되돌아보고, 그 상황을 해석한 방식을 재구성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나의 감정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생각의 재구성을 통해 타인의 감정에 무조건적으로 사로잡히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판단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 배우기’이다. 상황을 주관적인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칼럼에서는 “알았어”라고 말하기, “그래서 뭐”라고 말하기, “이제 뭐”라고 말하기라는 3가지 단계를 통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단계인 “알았어”에서는 촉발된 나의 감정과 반응 등을 인식한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인 “그래서 뭐”에서는 맞닥트린 상황을 멀리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인 “이제 뭐”에서는 앞으로 자신이 무슨 일을 수행할 건지 생각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감정의 전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객관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과 함께 타인과 나의 적절한 경계를 만들며, 나의 내면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돌아본다면, 감정 전염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참고문헌>


1) 송주헌. (2021). MANAGEMENT TREND-구성원들의 부정적 감정, 전염성 높다. Cement, no.195. pp.26-31

2) 신수지. (2014년 6월 30일). 온라인으로 감정 전염된다. 데일리한국.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05

3) 조고운. (2020년 9월 22일). 감정 전염. 경남신문.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334414

4) 한치호. (2021년 10월 20일). [경상시론]슈퍼바이러스 같은 감정의 막강한 사회적 전염력. 경상일보.

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5954

5) Carlin Flora. (June 21, 2019). Protect Yourself from Emotional Contagion. Ps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articles/201906/protect-yourself-emotional-contagion

6) Gema Sanchez Cuevas. (2022년 12월 27일). 감정 전염: 타인에게 어떻게 감정이 옮아가는가. 원더풀마인드. 

https://wonderfulmind.co.kr/emotional-contagion-pass-emotions/#google_vignette

7) Pavel Danilyuk. (2021). [사진]. Pexels. https://www.pexels.com/ko-kr/photo/8056994/

8) Stephanie Thurrott. (May 16, 2021). Emotions Are Contagious: Here Are 2 Ways to Stop Catching Them. Medium.

https://medium.com/the-ascent/emotions-are-contagious-here-are-2-ways-to-stop-catching-them-12bf2ab4af7a






기사 다시보기 

자도 자도 졸린 당신, 수면장애 의심해 볼 것!

사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불청객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8248
  • 기사등록 2024-03-21 14:01:2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