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박지연 ]


지금부터 기사를 다 읽을 때까지 절대 머릿속으로 ‘흰곰’을 떠올리지 마세요!

준비 시~작!!!

 

기사는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벌써 머릿속에 ‘흰곰’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더 하고 싶어 진다. 엄마가 “게임 하지 마”, “화장하지 마”라는 말을 하면 괜히 더 하고 싶어진 적이 한두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청개구리 심보를 심리학에서는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흰곰 효과)’라고 한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


기사를 다 읽기 전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아마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기사의 내용보다 ‘흰곰’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자꾸 떠오르는 것, 이것이 오늘 다룰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이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Ironic Process Theory)는 특정 사고를 억제하려고 하면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경우보다 오히려 그 사고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효과이다. 평소에 ‘흰곰’에 대해 생각할 일이 거의 없음에도 필자의 ‘하지 마’라는 말로 인해 해당 사고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북극곰  - 흰곰 뉴스 사진 이미지

 

흰곰 실험


이를 실험으로 증명한 사람이 있다. 

1987년 당시 하버드 대학교 교수였던 사회심리학자 다니얼 웨그너(Daniel Wegner)는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사고의 억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험했다. A그룹에는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B그룹에는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험참가자가 흰곰을 얼마나 떠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흰곰이 떠오를 때마다 자신 앞에 있는 종을 치게 했다. 

 

웨그너는 당연히 A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종을 더 적게 칠 것이라(흰곰을 적게 떠올릴 것이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지시를 받은 A그룹의 참여자들은 자꾸만 떠오르는 흰곰 생각 때문에 B그룹보다 훨씬 종을 더 많이 쳐야 했다.

 

웨그너의 흰곰 실험을 통해 우리는 사고를 억제할 때 더 자주 그 사고를 더 자주 하게 된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흰곰 실험의 이름을 따서 ‘흰곰 효과’ 혹은 ‘반동 작용’이라고 한다. 마치 엄마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반대로만 하는 민담 속 청개구리가 떠오르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동 작용은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금지된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정반대의 태도와 행동으로 억제된 욕망을 표출하는 것이다. 위의 민담에서 엄마가 산으로 가라 하면 바다에 가고, 바다에 가라 하면 산에 가는 청개구리의 행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수갑을 찬 뇌 - 생각 금지 뉴스 사진 이미지

 

일상에서의 흰곰 효과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다이어트이다. 체중 감량을 위해 ‘이제 간식은 안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고 나면 괜히 과자, 라면, 젤리 등 평소에 잘 먹지 않았던 간식들까지 모두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참다 못해 폭식을 하는 경우가 바로 흰곰 효과가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실수하면 안된다는 다짐이다. 중요한 발표나 행사가 있을 때 우리는 마음 속으로 ‘절대 실수하면 안돼 실수하는 순간 나는 끝이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다. 하지만 다짐을 하며 자신을 다그치는 순간 우리는 실수한다. 마지막으로 ‘이거 비밀이야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라는 말을 들으면 입이 근질거리는 것도 반동 작용의 일종이다.

 

 

흰곰 효과 줄이기


그럼 흰곰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 말라고 하면 자꾸 생각나고 더 하고 싶고, 참다 보면 더 하고 싶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면 ‘인정’하면 된다. ‘아 내가 필자가 하지 말라고 했던 흰곰 생각을 계속 하고 있구나’ 이렇게 인정하면 된다. 

 

또한 웨그너는 2011년 미국심리학회 연차대회에서 ‘다른 것에 집중하기’와 ‘생각을 일단 미루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즉, 흰곰 대신 특정 간식을 떠올리거나 ‘흰곰에 대한 생각은 30분 뒤에 하자.’와 같이 생각하면 흰곰이 덜 떠오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머리 속에는 흰곰이 살고 있다. 사람마다 그 흰곰의 정체는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흰곰을 억지로 내쫓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무조건 흰곰을 지우려고 하기 보다 흰곰 사고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압박하는 사고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무의식의 개념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이렇게 말했다. 

‘억압된 것들은 반복적으로 회귀한다.’


아무리 우리가 흰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흰곰은 자꾸 나타난다. 즉, 이러한 사고의 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참고문헌

김기봉. (2023년05월16일) ‘[한 길 사람 속은?] “쉿!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우리가 비밀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 사이언스 투데이. [한 길 사람 속은?] "쉿!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우리가 비밀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 (ytn.co.kr).

콘텐타 M 흰곰 효과 : 생각하지 말라면 왜 더 생각날까? (contenta.co)

[이동귀의 심리학 이야기] 강박증 치료 힘든 이유… 떨치려 할수록 더 떠오르기 때문 - 프리미엄조선 (chosun.com)






기사 다시보기

First in, Last out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의 마음은 누가 구하나

유튜브는 이제 그만! 유아비디오 증후군을 막아라!

내가 잘하면 내 덕, 남이 잘하면? ... 내로남불 심리 - 기본적 귀인 오류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8334
  • 기사등록 2024-04-11 10:22:2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