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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황세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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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의 동기


인간에게는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심지어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과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큼과 동시에 서로 상반되는 요소들은 바로 심리적인 소속감과 우월감이다. 

한 공동체 내에서 공유하는 가치는 자연스레 구성원들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이것은 곧 그 공동체 전체의 모습과 겹쳐지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속하고 싶은 집단 내의 구성원들을 흉내 내며 그 집단에 소속되고자 한다. 집단 내의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내부인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특정한 상품이나 가치, 행위를 추구하는 모습을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자신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 집중함으로써 자신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집단에만 소속되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두 경우의 공통점은, 과시의 동기와는 무관하게 그 목적이 타인에게 보이기 위함이며 그 방법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과시“는 ‘자랑하여 보임’, 그리고 ‘사실보다 크게 나타내어 보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리는 ‘보임’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과시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눈에 띄도록’ 만드는 가시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과시’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전자의 뜻을 표현하기도, 후자를 나타내기도 한다. 과시하는 이들 중 소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과장해서 꾸며내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서 특히나 두드러지는 과시적 소비는 소비행위를 통해 남들에게 비춰질 자신의 모습을 직접 주조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러나 이는 즉 마음의 눈이 자신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려져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이 어떠한 재화를 소비하고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 또 어떤 생각과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등이 온전히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비과시적 소비를 하는 사람들


흥미롭게도 <야망계급론>의 작가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은 과시적 소비 패턴을 가졌던 사람들에서 더 나아가, 새롭게 생겨난 “비과시적 소비”를 하는 이들을 조명한다. 그는 이들을 “야망계급”이라 명명한다.


그들은 지금껏 소비의 주 목적이 과시였던 사람들과는 달리,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로 가치 있다고 믿는 것들을 소비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가치관을 활용한 또다른 차원의 엘리트들인 것이다. 야망계급은 명품 로고가 크게 박힌 제품들을 걸치고 다니는 것보다, 공정한 과정을 통해 생산, 수입된 홀푸드 상품들을 구입하는 것을 가치있는 소비로 여긴다. 


책 <아비투스>의 저자 도리스 메르틴은 자본을 가진 이들이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는 야망계급의 모습을 매우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들은 과시하는 행위 자체에는 가치를 두지 않으며, 그들만이 공유하는 가치 기준을 토대로 행동함을 중시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비과시적 소비가 “아는 사람만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비가시적이며, 따라서 암묵적 정보나 상당한 돈이 없으면 모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 비과시적인 소비마저도 경계선을 긋는 행위를 중요시한다. 야망계급은 앞서 이야기했던 과시의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집단 밖의 사람들과 확연한 선을 그으면서, 테두리 안쪽의 인원과는 내적 친밀감을 더욱 공고히 한다. 

 


과시가 목적이 아닌 삶


내가 추구하는 바가 타인을 의식하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점이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회 내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개성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축복이다. 타인을 덜 의식하고,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추구하는 바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큰 용기이자 힘이다. 인간은 집단에 소속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안정적이게 느끼는 것이 사실이지만 때로는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모든 부분을 남에게 전시하기 위한 삶은 과연 오롯이 자신의 삶인 걸까, 타인을 위한 삶인 걸까. 이른바 자기PR의 시대인 오늘날, 어떤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놓는 것이 건강한 방법인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엘리자베스 커리드헬릿. (2024). 야망계급론(비과시적 소비의 부상과 새로운 계급의 탄생). 오월의봄.

도리스 메르틴. (2020). 아비투스.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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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3 09: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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