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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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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세대는 어릴 적부터 자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았다. 타인보다 잘나지는 않았어도 못나지 않은 탓에 종종 나르시시즘에 빠질 때도 많았다. 이에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는 행위에 상당히 미숙했다. ‘배려’라는 용어조차 익숙지 않았기에 남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필자에게 타인은 그저 ‘낯선 이’였다. 이에 남들 앞에선 늘 내 얘기를 하기 바빴다. 사람들의 공통된 대화 주제가 ‘나’를 중심으로 이뤄지길 바랐다. 남들의 입장은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인의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아깝다고 여겼다.

 

언젠가 나와 같은 사람 10명이 모인 적이 있다.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이 한없이 이기적이고 초라했음을 그때 깨달았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다.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과연 당신은 타인과 대화할 때 진정으로 ‘경청’하고 있는가?

 


듣기와 경청의 차이


듣기와 경청은 다르다. 남의 말을 듣는 것은 쉽다. 상대방이 뭐라고 떠들든 가볍게 흘려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청은 다르다. 경청은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에 세심히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고난과 역경의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때 사람들이 무너지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어려움에 맞닥뜨려서가 아니다. 그들은 그동안 믿었던 주변인이 돌아설 때 가장 크게 상심하며 무너진다. 이에 가장 힘든 시기에 늘 곁에서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만한 축복이 따로 없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사람의 존재만으로 삶의 큰 위안을 얻고 재기할 원동력을 얻는다. 이는 경청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경청하는 방법


누군가의 이야기를 성심을 다해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의 하소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는 것인가. 그의 사소한 언행에 일일이 반응을 해주는 것인가.

사람마다 경청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책 「귀를 기울여줄 한 사람만 있어도」의 저자 오츠 슈이치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침묵을 유지해라.

다소 의아할 수 있으나 침묵 유지 또한 소통에 있어서 중요하다. 특히 고통받는 이의 모든 이야기에 쉽게 답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의 입장에서 자신의 고통이 타인에게 그저 지나가듯 언급되는 작고 초라한 것으로 여겨지고 상대방이 오히려 본인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국립보건의료과학원의 〈의사·치과의사에 대한 지속적인 의학교육을 위한 자료집〉에 따르면 침묵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상대와 나눌 대화가 없어 생기는 ‘어색한 침묵’이요, 다른 하나는 상대에게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는 ‘갈등 속의 침묵’이다. 특히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와의 소통에서 환자가 마음 속 갈등을 느낄 때에는, 그가 먼저 말을 꺼내고 이어가길 기다리는 ‘침묵’이 필요하다. 침묵을 인내하는 것이야말로 경청의 기본 자세다.

 

둘째, 귀를 기울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라.

경청은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행위’가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선 귀를 기울이기 좋은 환경이 우선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가령 상대와 대화할 때 사람이 많이 밀집되지 않는 조용한 카페나 별실 등의 공간이 좋다. 또한 단정한 옷차림과 청결도 중요하다. 이야기를 듣는 데 외양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과 소통할 때 기본적인 매무새를 갖추는 것은 그로 하여금 ‘내가 당신의 얘기를 본격적으로 들을 준비가 돼 있다’라는 안정된 인상을 갖게 한다.

 

셋째, 열린 질문을 해라.

질문은 대화에 대한 나의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단, 단답형 대답을 이끌어 내는 일방적인 ‘심문형 질문’은 금물이다. 이는 오히려 질문자가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취조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가고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터놓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오늘 감정이 ‘좋은지’ 묻기보다 오늘 감정이 ‘왜 좋은지’ 묻는 것이다. 또한 지금 신경 쓰이는 것이 ‘이것’인지 질문하기 보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편이 좋다. 이는 상대로 하여금 열린 질문에 응답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고 해결점을 찾도록 도와준다.

 


맺으며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 과정에서 실제 메시지 내용이 미치는 영향력은 7%에 불과하며 나머지 55%와 38%는 비언어적 메시지(자세, 표정, 용모)가 차지한다. 해당 법칙은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상당한 참고 요소가 될 수 있다. 

 

상대에게 진정으로 경청하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조언과 충고보다 소통에 임하는 바른 자세와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 그의 곁에 머무르며 인생을 마주하고, 질문하고, 공감할 때 ‘진짜 경청’이 시작된다.

 



참고문헌

오츠 슈이치, 「귀를 기울여줄 한 사람만 있어도」, 서라미, 중앙북스, 2015

한국강사신문, [Website], 2024, [박혜숙의 코칭리더십] 적극적 경청이란 무엇인가?

https://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7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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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5 14: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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