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한국심리학신문=서정원 ]
주의력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
거리 곳곳에 벚꽃이 휘날리는 걸 보며 괜스레 맘이 들뜨게 되는 계절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벚꽃 소식은 동시에 대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할 정도입니다. 벚꽃에 홀려 밖에서 열심히 놀다 오고 나면, 어느새 산더미처럼 쌓인 시험공부 분량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몇 주 전부터 시험공부를 시작한다고 되뇌며 살았지만 눈앞에 닥친 과제부터 처리하느라 공부해 놓은 것은 없고, 어느새 코앞에 닥쳐버린 시험 기간. 해야할 게 너무 많은 이 기간을 학생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고 계신가요? 모든 과목을 대충이라도 훑어보는, 소위 ‘찍먹’을 하셨나요? 아니면 몇 과목은 아예 놓아버리는 ‘선택과 집중’을 하셨나요?
참고로 저는 불안함에 모든 과목을 놓지 못하고 넓고 얉게 모든 과목을 공부하는 ‘찍먹’ 유형입니다. 저와 같은 유형의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요, 시험공부를 할수록 책상에 올려둔 교재와 프린트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인터넷 창 또한 여러 ppt로 겹겹이 쌓여가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다 필요한 것들만 꺼냈는데도 왔다 갔다를 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집중이 흐트러져 산만해지는 결말을 맞이하고는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시험기간마다 저와 비슷한 과오를 반복하는 이들에게 (앞서 말한 의미와는 조금 다른) 선택과 집중을 권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주의력’의 중요한 특성 때문입니다.
주의력은 머릿속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주의(Attention)는 다른 것들을 무시하는 동안 ‘특정한 대상’에 마음의 노력을 집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집중하는 특정한 대상은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소리, 맛, 질감처럼 주변 환경을 통해 느끼는 어떠한 감각일 수도 있고,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을 더듬는 것 같이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주의력은 중요한 것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약화시켜 줍니다. 일종의 스포트라이트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빛을 받지 못한 부분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빛이 있는 부분에는 시선이 확 쏠리게 됩니다. 어떠한 생각에 빠져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도 못 들어본 경험이 있나요? 우리가 하고 있던 생각에 머릿속의 스포트라이트, 즉 주의가 집중되었기에 이러한 경험도 가능한 것입니다. 평소에 체감하지 못할지라도 사실 우리의 뇌 속에서는 어떤 정보를 처리하고, 어떤 정보를 차단할 것인지를 두고 계속해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력은 이 전쟁의 판도를 기울일 수 있는 힘입니다.
그러나 주의력은 취약하다 : 주의력 강탈
안타깝지만 주의력이라는 스포트라이트는 우리의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눈이 유튜브 알고리즘 화면에 가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하고 있던 걸 놓아버리게 되고, 어느새 한 시간이 사라져있는 마법 같은 상황을 다들 겪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주의력을 가로채려는 자극들이 넘쳐나고, 우리는 거기에 질질 끌려다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주의는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에 이끌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그 판단이 틀려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음에도 우리의 주의력은 강탈당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주의력을 기울이게 하는, 그래서 때로는 주의력을 강탈해 가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친숙성입니다. 우리는 자주 봐서 익숙한 것이나 전부터 알고 있던 것에 쉽게 이끌립니다. 두 번째는 현저성입니다. 현저성이란 독특한 색, 큰 소리, 움직임과 같이 다른 것과 비교해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성을 말합니다. 세 번째는 우리 자신의 목표입니다. 주의는 목표지향적이기에 자신이 선택한 목표에 하이라이트를 집중시키고 다른 감각은 제한해 버립니다. 하지만 이 세가지 중에서 우리 자신의 목표는 가장 약한 요인입니다. 친숙성과 현저성을 지닌 방해꾼들이 나타나면 우리의 목표는 이들에게 묻힐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하고 화려한 영상들이 즐비한 유튜브 알고리즘이 눈에 들어오면, 우리의 목표에 집중되어 있던 주의는 쉽게 강탈당하게 됩니다.
주의력은 의도치 않게 분배된다: 주의 부하이론
혹시 아무리 주변이 어지러워도 내가 집중만 한다면 주의력을 뺏기지 않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으신가요? 하지만 우리가 주의력을 방해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대상에도 사실 주의는 계속 낭비될 수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연구인 Lavie(2004)의 주의 부하 이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주의부하 이론에서는 우리 머리속에 무언가를 할 때 사용하는 인지적인 총량인 지각용량percpetual capacity이 있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주의력 자원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주의력 자원의 총량은 일정하게 사용됩니다. 즉, 우리는 항상 우리가 가진 주의력을 100퍼센트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주의력의 분배는 그때그때 다르며,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분배될 수도 있습니다.
주의력의 분배에 관여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하고있는 일의 난이도입니다. Forster와 Lavie(2008)의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여러 알파벳을 보여주고 이 중에서 X나 N을 찾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여기서 X와 N은 목표 자극, 나머지 알파벳은 방해 자극이라고 표현합니다.) 과제는 방해 자극이 다 통일되어 있어서 목표 자극이 빨리 찾아지는 <쉬운 조건>과, 방해 자극이 여럿 섞여있는 <어려운 조건>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과제가 쉬운 조건에서 사람들은 더 빠른 반응시간, 즉 더 빠른 수행을 보였습니다.
그 다음 실험에서는 캐릭터 그림을 알파벳들 아래 띄워놓고, 이를 무시한 채로 똑같은 과제를 하게 하였습니다. (여기서 캐릭터 그림을 과제-무관 자극이라고 말합니다) 그랬더니 두 조건에서 모두 반응시간이 느려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캐릭터 그림은 과제와 아무 상관이 없어서 집중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우리의 주의가 소모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어려운 조건>보다 <쉬운 조건>에서 반응시간이 느려진 정도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어려운 조건>에서는 과제에 지각 용량을 모두 집중시켜서 사용한 반면, <쉬운 조건>에서는 과제-무관자극에 분배할 만한 여분의 지각 용량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제에 온전히 주의를 집중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제가 쉽다보니 나머지 지각 용량을 과제-무관자극에 의도치 않게 낭비해 버린 것입니다.
주의력 보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
이처럼 우리의 주의력은 너무나도 쉽게 흔들리는 존재입니다. 친숙하고 눈에 띄는 존재에게 쉽게 눈길을 돌려버리고, 무시해야 하는 걸 아는 자극에도 주의력을 할당해 버립니다. 결국 우리의 목표과제는 외면받고 늦어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로써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집중해야 할 목표가 있을 때는, 우리의 주의력을 가로챌 수 있는 것을 앞에서 치워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중할 것 하나만 남기고 책상에 있는 모든 것을 치워버리고, 인터넷 창도 하나만 켜야 합니다. 우리의 스포트라이트가 옮겨갈 기회를 차단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빨리 끝내버릴 수 있는 쉬운 과제를 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쉬운 난이도 일수록 쓸모 없는 자극에 낭비될 수 있는 지각 용량도 더 남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모든 걸 꺼내놓고 왔다 갔다하는 공부법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집중하는 것을 바꿀 때마다, 집중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시간인 ‘재조정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제를 더 늦어지게 할뿐입니다. 또한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착각했지만 분명히 주의력을 잡아먹는 존재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주의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방해 자극들을 없애는 선택과 집중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주의력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적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자료출처>
Amishi Jha(2022), 『주의력 연습』, 어크로스
E. Bruce Goldstein (2015), 『감각 및 지각심리학(9판)』, 박학사, 162-163
Forster, S., & Lavie, N. (2008). Failures to ignore entirely irrelevant distractors: the role of load.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Applied, 14(1), 73.
Lavie, N., Hirst, A., De Fockert, J. W., & Viding, E. (2004). Load theory of selective attention and cognitive control.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33(3),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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