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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정 ]


  1. 2023년 8월 3일, 최 씨는 서현역에서 일면식 없는 행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약 14명을 다치게 하였고 그중 2명은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그는 묻지마 칼부림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는 누군가에게 스토킹을 당한다는 피해형 망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피해망상은 객관적인 증거를 내세워도 전혀 바뀌지 않는 병적인 믿음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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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최 씨의 피해형 망상은 무엇 때문일까

  4. 최 씨는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였으나 일반고에 진학했고, 그의 친형은 특목고 진학 후 명문대에 입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일반고 자퇴 후 지속적으로 형과 비교하여 자신을 평가하고 혐오하였다. 자기혐오의 경우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인을 타인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자기혐오의 원인이 확실히 타인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에 걸쳐 타인이 방해한 것으로 생각되어야 하기에, 스토킹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자신의 일상을 지켜보고 통제하였기에 실패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의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다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5. 최 씨는 2020년 무렵 ‘조현성 인격장애’를 진단받았으나, 치료하지 않았다. 조현성 인격장애는 대인관계 및 사회활동에 흥미가 없고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영재로서 인정받았던 자신이 배달 일을 하며 사는 것에 대해 최 씨의 분노와 좌절은 더욱 커졌을 것이기에,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고자 타인을 공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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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묻지마 칼부림의 ‘그들’은 누구인가?

  8. 묻지마 칼부림은 작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을 저지르는 ‘그들’은 대부분 사회 또는 가정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회 부적응자나 모방범죄자 등이 해당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에서의 모습의 차이에 대해 실망하며 절망하고, 그 원인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나 타인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자신이 아닌 모든 타인을 자신의 적으로 생각하는 심리로 묻지마 칼부림을 저지르게 된다. 실제로 묻지마 칼부림의 범인은 범죄대상을 정하지 않으며, 일면식 없는 그 누구더라도 상관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신림동 칼부림 사건 조 씨의 경우에도 “남들도 불행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고, 일면식 없는 타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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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모방범죄로 이어지는 살인예고 및 묻지마 칼부림 범죄

  11. 묻지마 칼부림과 같은 흉악 범죄는 뉴스나 인터넷 등을 통해 자세히 보도되기 때문에 범인의 범행 방법의 모방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현역 흉기 난동 이후 살인예고 글은 급속히 증가하였고, 검거된 그들은 10대가 대부분이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모방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으며, 본인과 같은 동기의 범죄자를 자신의 모토로 삼고 따라 하려는 심리를 가진다. 과거 범죄를 모방함으로써 살인예고 및 묻지마 칼부림 행위로 주목과 관심을 받고 행위의 파급력을 느껴 색다름을 경험하여 다른 범죄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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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즉, 살인예고와 묻지마 칼부림은 베르테르 효과처럼 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베르테르 효과란, 유명인이나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에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독일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이 발표된 이후, 유럽에서는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가 권총으로 자살하였기에 자살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를 베르테르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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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살인예고 및 묻지마 칼부림이 가져오는 사회적 변화는 무엇일까?

  17. 살인예고 후 묻지마 칼부림이 발생함으로써 그 사건이 발생한 장소나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과 불안감이 증가한다, 불안감이 심할 경우,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안전을 위협받는다고 느끼게 될 것이고 이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쳐 사회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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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이러한 범죄가 특정 집단을 대상을 할 경우, 그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생겨 혐오 감정이 쉽게 확산될 것이다. 만약,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의해 위협받는 것으로 인식할 경우에는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은 심해질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20. 지속적으로 이러한 범죄가 발생함에도 적절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살인을 미화하거나 조장할 수 있기에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인 스스로 사회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처지를 방관하던 중, 살인예고 및 묻지마 칼부림 범죄를 알게 되거나 경험할 경우,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범죄가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김양현. 2023. 온라인 살인예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방안 연구, 한국융합과학회지, 한국융합과학회. 12권 10호. 13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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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9 00: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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