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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한희 ]



기자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존재이자, 하나의 글로 인생을 이야기해 주는 존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소식을 전달해 주는 건, 동시에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하여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기자가 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의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인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기사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으로, 에세이를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과거의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드디어 가장 힘들었던 2023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보내는 중입니다. 이제 스물한 살이 되는 대학생에게 뭐 그리 대단한 힘듦이 있을지 의문이 생기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거창한 힘듦이 아니기에 더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이란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방에서 상경하여 처음 서울에서 살게 된 ‘새내기’였습니다. 의존했던 부모님을 떠나 혼자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불안과 외로움은 결코 가벼운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지하철을 타보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혼자 텅 빈 방에서 밥을 먹고 잠을 청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엄청나게 큰 시련이 찾아왔던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이 우역 곡절이었던 것이죠.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왜, 뭐가 힘들어?’라고 물어도, 무엇 하나 콕 집어 힘든 이유를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다녀와 집에 도착하여 잠을 청하는 모든 과정에서 괜찮았던 적이 없었기에, ‘괜찮아?’라는 질문을 받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힘듦의 이유를 찾기 위해, 심리 상담을 고민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을 해결하고 싶다는 강박적인 생각과 ‘상담’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으로 인해 포기로 끝을 맺었습니다. ‘언젠가 괜찮아지긴 할까? 도대체 언제쯤 괜찮아질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은 여유를 앗아가는 대신 두려움을 선사했습니다. 긍정적인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국 이러한 강박과 두려움을 매개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을 다니는 대신, 당장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여과 없이 글로 써내려보고, 시험 만을 목표로 살아보기도 하며, 고향에 꽤 자주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순간을 지나 한 해의 마지막을 맞이하니, 이제는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 힘듦의 이유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힘이 필요했고 남들의 파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섬세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하고 제 파동을 사회에 맞추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스무 살의 제가 맞이한 사회는 그러한 시간을 마련해 주지 않았기에, 매 순간이 힘들었던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우울함을 판단하는 방법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홀로 감정을 정의하고,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아픔을 치료하고자 도움을 청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괜스레 눈물이 차오를 것 같습니다. 

 


지금의 우리에게 


물론 아직도 제 마음을 완벽하게 파악하진 못했습니다. 지금보다 나이를 먹는다 해도, ‘나’를 온전히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질문하고, 궁금해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해 본다면, 언젠가는 ‘나다움’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과거의 저와 같이 혼란을 겪고 있는 분들과 이 과정을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차가워져가는 사회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에 안부를 물으며 각자만의 ‘나’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전 아무런 도움 없이 아픔을 견뎌왔지만, 제가 겪은 인생은 여러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랍니다.


그러니 글을 다 읽고 나면, 본인과 상대방의 마음에 안부를 물어보고, 감정에 솔직해져 보기도 하고, 혹여 아픔을 멈추고 싶다면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하셨으면 합니다. 인생은 늘 안정적일 수 없으며, 당연하게도 우리의 마음은 늘 단단한 형태만을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저는 우리가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에 소홀해지지 않기를, 잔잔함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글을 써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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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2 0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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