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PIXABAY
「 평화로운 가로수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 한 대가 있다.
두 남성 불량배가 버스에 오르면서부터, 그 평화는 깨지게 되었지만.
불량배들이 흉기가 된 강도로 돌변한 뒤에, 협박을 통해 타인의 금품을 갈취한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들이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버스의 운전기사였던 여성을 강제로 끌어내려 수풀 속으로 끌고 간다.
그러나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 중 그 누구도,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 오직 단 한 명, 중년의 남성만이 버스 기사를 구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가, 폭행을 당하고 칼로 다리에 부상을 당하게 된다. 그 순간마저도, 다른 승객들은 버스 내부에서 그 모습을 그저 관전할 뿐이다.
폭행당한 뒤 이마에 피를 흘리며 버스에 돌아온 버스 기사는, 원망과 저주의 눈빛을 담아 승객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고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린다.
곧이어 유일하게 그녀를 도우려 했던 남성 또한 버스에 오르며 그녀를 살피고, 사과를 한다. 오로지 그만이.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그에게 단호히 윽박지른다. “타지 마!”
그는 그래도 그녀를 도우려고 한 유일한 사람이었건만, 버스 기사는 그저 남성에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소리칠 뿐이다.
엉겁결에 버스에서 내린 남성의 가방을 창밖으로 던져버린 기사는, 문을 닫고서, 곧 버스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는다. 이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이 붙는다.
커브 길에 다다랐을 때, 그렇게, 버스는 낭떠러지 아래로 자취를 감추고야 말았다.
승차거부를 당했던 남성은 지나가던 차량을 얻어타고 가다가, 사고 현장을 발견한다. 차에서 내려 현장 가까이 있던 경찰에서 다가갔을 때, 경찰의 무전 교신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전원 사망’.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버스는 바로 자신이 방금까지 타고 있었던
‘44번 버스’였기 때문에. 」
앞의 끔찍하고도 슬픈 이야기는, 영화 《44번 버스》의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영화가 실제로 중국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다뤘다는 점이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전원 사망’. 버스 운전기사였던 여성은 유일하게 불량배들의 악행을 저지하고 자신을 도우려 했던, 오직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중년 남성만 일부러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자신을 외면해 버린 나머지 승객들은 모두 지옥으로 함께 데리고 가 버렸다.
해당 영화는 11분짜리 단편 영화에 불과했으나, 지난 2001년 제58회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타인의 아픔에 침묵하는 방관자의 태도를 보이는 현대의 모든 ‘나, 너, 우리’에게 크나큰 교훈과 생각해 볼 거리를 안겨주는 영화였던 것이다.
1964년 3월 13일 새벽, 미국 뉴욕의 한 주택가의 28세, 키티 제노비스라는 젊은 여성이 늦은 밤 집으로 귀가하던 중에 정신 이상자의 공격을 받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는 새벽 3시부터 약 30분 동안, 3번에 걸쳐 칼에 찔렸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도망을 다니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첫 번째 공격을 당했을 때, 그녀는 큰 소리로 저항을 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범인은 놀라서 도망쳤으나,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자 결국 다시 돌아와 범행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결국, 그녀는 사망했다. 살려달라는 외침을, 구조 요청을, 목이 찢어져라 해 보았으나 ‘35분’ 동안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저, 집집마다 불을 켜고서 그녀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죽어가는 광경을 지켜보았을 뿐이다.
계속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자그마치 ‘38명’이었으나, 그 어느 누구도 그녀를 도와주지도, 심지어는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그 38명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현장을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 ‘나 말고 누군가가 대신하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964년 뉴욕타임스 보도 후, 사회 및 학계에서는 38명이나 되는 목격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떻게 모두가 타인의 비극에 무관심할 수 있는지’ 반성과 자성의 소리들을 쏟아냈다.
참고문헌
송재빈. (2019). 그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휴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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