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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허정윤 ]


왕가위 감독의 홍콩 영화 ‘중경삼림’은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재개봉되고 있는 영화이다. 




중경삼림을 보다


이 영화가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 ‘California dreamin’ 노래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것, 양조위의 젊은 시절이 담긴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파인애플 통조림이 나온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던 내가 드디어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감독이 담은 심오한 의미를 찾고 해석하는 영화, 영화관의 불이 켜진 후 여운과 생각할 거리가 짙게 남는 영화보다는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같이 명징한 밝음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사람으로서 짙은 고독과 어딘가 비정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다룬 중경삼림의 내용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고, 박찬욱이 남긴 “고독한 게 뭐 자랑인가?”하는 평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어딘가 뒤틀린 모양의 중경삼림의 ‘사랑’에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에 담긴 외로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중경삼림의 첫 번째 주인공 하지무는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간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영원한 사랑과 고독함에 대해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외로움과 고독함은 무엇일까?

두 질문 모두 내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과 감정으로 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당장 야식이 너무 먹고 싶고 야식만 먹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야식을 먹고 더부룩해지면 먹은 것을 후회한다. 

당장 닥친 승진 심사에 통과하여 승진하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 같다고 기도하지만 막상 승진이 되고 나면 더 높은 자리를 원한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지만 몇 년 뒤에는 취직만 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생각과 감정은 생멸한다. 당장 나를 휘감은 이것만이 내가 지금 생각하고 느껴야 할 감정과 생각이라고 나를 속이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거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그 생각을 잊고 또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내 마음의 장난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따라서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영원한 사랑의 존재에 회의적이다.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는 그 사람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의 마음이 영영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서도 처음 그 마음 그대로 그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 어려울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




그렇지만 나 자신을 향한 영원한 사랑은 믿는다. 모든 관계가 변하겠지만 이 삶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관계는 나 자신과의 관계이다.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변덕을 부리는 생각과 감정까지 사랑하고 포용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생각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너무 그 상황에 상처받지 않는다면 그것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순수한 사랑은 영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로움과 고독함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지금 외롭다고 믿으면 나는 외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고, 지금 이대로 나에겐 모든 것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믿으면 나는 충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것도 내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찾아왔다가 떠날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면, 나에게 결핍된 무언가 보다는 이미 갖춰진 충분함에 대해서 감사할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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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20 07: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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