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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수민 ]


저번 기사에서는 사람의 심리를 고려하지 않아 이용자의 불편감을 초래하는 건축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건축가들이 잘 설계한 공간에 심리학이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사람 사이의 간격을 조정하는 법




문화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근접공간학(Proxemics)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근접공간학은 상황에 따른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을 설명한다. 가족이나 연인같이 유대감이 쌓인 관계라면 50cm 이하의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어도 불편하지 않다. 친밀한 지인끼리는 50cm~1m의 거리가 가장 무난하다. 그러나 공적인 관계에서는 1m 이상 거리를 두는 것이 적절하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집에서 동생이 당신에게 말을 할 때마다 3m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당신은 답답함을 느끼다가 화를 낼 수도 있고, 동생과 점점 어색한 관계로 멀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면접을 보는 중에 면접관이 당신 바로 옆에 바짝 앉아서 질문을 한다면 당신의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식은땀은 줄줄 흐르다가 면접을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 따라서 사람들의 거리감을 조절하는 것은 중요하다.


건축학에서는 이를 활용하여 공간 배치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서로 긴밀하게 대화하여 의견을 나누고 상호작용해야 하는 회의실이나 카페에서는 탁자를 중심으로 의자가 서로 마주 보도록 배치한다.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서 사각형이 아닌 원형 탁자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잠시 대기하거나 머물다 가는 장소, 예를 들면 광장이나 병원의 대기실에서는 긴 의자를 두는 경우가 많다. 낯선 사람이 모이기 쉬운 공간에서 의자를 마주 보도록 배치하면 심리적인 불편감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옆으로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쓰는 것이다.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




소제목은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이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좌석버스나 비행기에서 누군가는 창가 자리를 좋아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통행이 편한 복도 쪽 자리를 좋아하기도 한다. 카페에서는 빛이 잘 들고 풍경이 좋은 창가 쪽에 앉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서 구석진 자리에 앉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무실이나 주거공간이라면 다르다. 삶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장소가 창가이기를 바라는지, 아니면 사람이나 벽으로 둘러싸인 곳이기를 바라는지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가를 선택한다. 성공한 CEO의 사무실에 전면창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창문은 바깥의 태양빛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의학심리학자인 요제프 빌헬름 에거는 선사시대부터 빛은 인간의 기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따뜻하고 밝은 빛은 격양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잠된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은 태양이 보내는 자연광이다. 태양광은 수면, 각성과 관련이 있고 체내의 호르몬 분비나 체온에도 영향을 준다. 태양광을 적절하게 쬐지 못하면 불면증, 우울감, 무기력감 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광을 많이 받기 위해서 창가 자리에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또한 창문은 실내에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환경심리학 연구팀에 따르면 식물을 보는 것이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창문을 통해 나무나 조경환경을 보면서 안정을 취하려는 심리도 있다.





지금까지 건축에 숨겨진 심리학적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근접공간학에 의하면 인간은 상황에 따라서 인간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산다. 건축학에서는 이것을 이용하여 의자나 탁자의 배치를 고려한다. 건축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창문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창문을 선호하는 인간의 심리는 기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광을 더 많이 받으려 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 기사에서 다룬 것처럼, 심리학과 건축학을 결합하여 인간에게 쾌적한 공간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바로 신경건축학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신경건축학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발터 슈미트. (2020). 공간의 심리학: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 서울: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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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05 00: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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