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한국심리학신문=허정윤 ]
‘원영적 사고’, ‘럭키비키’ 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행의 빠른 생성과 소멸, 각종 밈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는 요즘 가장 핫한 말 중 하나는 아이돌 장원영의 ‘럭키비키’일 것이다.
네잎클로버 이모지, 예쁜 말투와 함께 쓰이는 이 밈의 시초는 장원영이 줄을 서서 빵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앞 사람까지의 구매로 나와 있는 빵이 다 떨어진 것에서 시작된다.
장원영은 새로 나올 빵을 기다리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나온 스콘을 먹을 수 있게 되다니 자신은 역시 운이 너무 좋다고, 자신의 영어 이름인 ‘비키’를 붙여서 ‘럭키비키’라고 한다.
긍정을 넘어 낙관적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사고관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맥락에서 ‘렄키비키’가 사용되고 있다.
유행하게 된 원영적 사고 예시는 다음과 같다.
긍정적 사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
부정적 사고: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원영적 사고: 연습 끝나고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글쎄 물이 딱 반 정도 남은거양! 다 마시기에는 너무 많고 덜 마시기엔 너무 적어서 딱 반 정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럭키비키잖앙
장원영의 ‘렄키비키’ 밈은 현대 사회 SNS, 각종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대개의 밈과 다르게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의미 없이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끔 하는 밈이라는 점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긍정적으로 살기'를 줄인 '긍살'과 같은 표현도 함께 유행하는 것으로 보아 현대인들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긍정',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사는 것'인 것 같다.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
1998년, 미국심리학회 회장이었던 마틴 셀리그은 '긍정 심리학'을 창시한다. 주제가 well-being, 목표가 flourish(번영)인 긍정 심리학은 긍정 정서, 몰입, 관계, 의미, 성취, 강점 5가지의 요소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로 긍정정서(positive emotion)는 우리가 느끼는 것, 즉 기쁨, 희열, 따뜻함, 자신감, 낙관성 등을 말하며 이러한 정서들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는 삶을 ‘즐거운 삶’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몰입(engagement)은 음악과 하나가 되는 것,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것, 어떤 활동에 깊이 빠져 다른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자발적으로 업무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요소를 지향하는 삶은 ‘몰입하는 삶’이라고 한다.
세 번째 관계(relationship)는 타인과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큰 소리를 내어 웃었을 때,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던 순간, 성취에 엄청난 자긍심을 느꼈던 순간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타인이 함께였을 것이다.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을 ‘좋은 삶’이라고 한다.
넷째, 의미(meaning)는 자아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는 어떤 것에 소속되고 그곳에 기여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의미 있는 삶’이라 한다.
다섯째, 성취(accomplishment)는 오직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혹은 많은 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성공, 성취, 승리, 정복 그 자체가 좋아서 노력하는 순간들을 의미한다. 성취를 위해 업적에 전념하는 삶을 ‘성취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삶이라는 것
밈이 유행하고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며 본래의 말이 담고 있는 의미와 달리 정말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내가 처한 부정적인 상황을 더 부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이 단지 장난으로, 내가 겪고 있는 시련에 대한 불평을 ‘럭키비키’를 통해 표출하는 의도로 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상황에 대해 못마땅한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당장 힘든 상황에 빠져 마음이 힘든 상태인 사람들에게 무조건 긍정적, 낙관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마음은 힘든데, 힘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쉬어 가야할 수도 있는데 그 아픈 마음을 외면하고 무조건 긍정을 외치면 오히려 독이될 수도 있다.
제 때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꾹 참으며 ‘정신 승리’만 외치다가는 언젠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후폭풍이 찾아와 내면의 아픔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게 될 것이다.
현대인들이 자신의 아픈 마음은 잘 다독여주고, 또 삶에서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우문식. (2016). 긍정심리학은 기회다. 한국긍정심리연구소.
Seligman, M. E. P. (2004). Authentic Happiness: Using the New Positive Psychology to Realize Your Potential for Lasting Fulfillment.
기사 다시보기
생각의 힘을 간과하지 마라-궁극의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가르침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itzima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