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
[한국심리학신문=신지아]
환경과 우리
환경심리학(Environmental Psychology)이란 인간의 행동심리나 환경의 상호작용을 밝히려는 학문이다. 인간과 환경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것인데, '환경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다. 이는 1960년대 말 미국에서 탄생한 비교적 새로운 학문 분야이다.
세계의 급속한 근대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도시에 인구가 모이며 저소득층이 모인 빈민가가 형성되어 환경문제와 소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래서 도시 환경 악화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주 대상이다. 이렇게 환경 문제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며 '환경심리학'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크리스마스가 유독 신났던 이유
11월만 되어도 캐럴이 길거리에 흘러나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괜히 들뜬다. 이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행복이 상관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고전 연구가 있는데, 바로 국제 학술지 '환경심리학저널'에 실린 미국 유타대 심리학과 연구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장식은 이웃과 응집력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고 한다. 미국과 같이 주택 외관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 친근감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전달물질 분비와의 연관도 있다. 심리학자 데보라 세라니 미국 아델피대 교수는 NBC 뉴스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즐거운 감정과 연관된 도파민 수치가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를 쉽게 볼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 장식의 밝은 빛은 기분을 좋게 해주는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빛을 이용한 광선요법이 우울증, 강박증 등을 완화한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따라서 크리스마스가 유독 신났던 이유는 그에 맞춘 환경의 변화로 볼 수 있다. 반복적인 경험으로 익숙해진 상황에 크리스마스라는 새로운 설렘은 우리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이 소비 심리 및 마케팅 관련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기도 하다.
범죄자가 많은 곳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 또한 존재한다. 범죄를 구성하는 요인에는 잠재적 범죄자, 잠재적 피해자, 감시자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만약 잠재적 범죄자가 있다고 해도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범죄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이 곧 하나의 '감시자'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방범 카메라 등과 같이 감시가 목적인 사람이 아닌 '지역 사회의 현실'도 포함된다.
그럼,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은 무엇일까?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가로등이 적은 어두운 골목과 같은 분위기의 환경이다. 이는 위에서 말한 '감시자'의 역할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잠재적 범죄자와 잠재적 피해자가 만나게 된다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밤에도 밝은 환경을 조성하거나, 감시 카메라를 많이 설치하는 등의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사는 지역이나 주민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 또한 범죄 가능성이 높아지는 요인이 된다. 집의 창문이 깨진 채로 있거나, 벽에 낙서가 있는 등 지저분한 길거리에서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를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살기 좋지 못한 상태로 방치된 것은 주민이 나의 동네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로 인식되기에 좋은 상태가 된다.
1980년대 당시 치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뉴욕 지하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깨진 유리창 이론에 기반한 범죄 대책이 미국의 교통국에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바로 뉴욕 지하철에 도배되어 있던 그래피티와 낙서를 지우는 것이었다. 낙서가 어느 정도 줄어들기 시작한 3개월 후에는 실제로 범죄율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내가 사는 동네를 깨끗하게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만드는 환경
마음이 힘들 때 방 청소부터 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으로 지쳐 우울하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내 주변부터 먼저 정리해 보자. 깨끗한 환경은 곧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출처
1) 티스토리, 2022.11.21, https://surpriser.tistory.com/1230
2) 문세영 기자, "크리스마스 장식, 어릴 때보다 덜 설레는 이유", 2023.12.16, 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2898
3) 이희정 OPR 연구소 주임연구원, "[심리학 교실] 방치된 '깨진 유리창' 거대한 사회문제 불씨 될수도", 2020.04.22,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9306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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