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민
[한국심리학신문=한유민 ]
공동체 정신이 건강을 지켜주다
1950년대 중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마을 로제토는 의학계와 사회학계 학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마을은 대부분이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들의 독특한 생활 방식이 주민들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로제토 효과'라 부르며,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유명하다. 이 기사에서는 로제토 효과의 기원, 연구 결과, 그리고 현대 사회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로제토 마을의 발견
스튜어트 울프 박사는 로제토 마을 주민들의 심장병 발생률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당시 이웃 마을이었던 ‘방고’ 마을을 비교집단으로 삼았을 때, 그들은 로제토 마을과 같은 병원, 같은 수도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로제토 마을보다 심장병을 앓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울프 박사는 심장병 연구를 위해 로제토 마을을 방문했으며, 이후의 연구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는 심장병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대두되었고, 일반적으로 55세 이상의 미국 남성은 심장병으로 고통받을 확률이 높았지만, 로제토에서는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기름진 음식 섭취가 잦았고, 밤마다 음주를 즐겼으며 고된 노동 후에는 독한 담배를 피웠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심장병 발생률은 생활 방식, 식습관, 유전적 요인 등으로는 더욱 설명할 수 없었고, 울프 박사는 이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사회적 유대의 힘
울프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로제토 주민들의 강력한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사회심리적’ 요인으로써 결론지을 수 있었다. 로제토는 이민자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작은 마을로, 주민들은 강한 가족애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서로를 돌보고 지원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대가족 체계 속에서 자란 후 마을 내에 정착하여 평생을 함께 살아가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 내에서는 누구나 서로를 잘 알고 있었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로제토 주민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교회에서의 종교 활동, 공동 식사, 마을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들은 주민들의 건강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공동체 활동 속에서 형성된 유대감과 소속감은 정서적 안정과 삶의 만족도를 높였고,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어 신체적인 건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유대가 강한 로제토 주민들은 심장병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서도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울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로제토 주민들은 일반적인 미국인들보다 낮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강한 사회적 유대가 전반적인 수명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분명하게 시사하는데, 우리는 이로써 정신적 행복과 신체적 행복은 개인주의적 삶보다 공동체적 삶에서 더욱 증대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고립된 현대 사회
로제토 효과는 단순한 과거의 사례가 아닌, 현대 사회와 미래의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사회적 유대가 약화되고 있다. 이는 스트레스 증가, 정신 건강 문제, 만성 질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생활 습관이나 의료 서비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동체의 힘’은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사회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연시 여겨지지만 나와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에 감사하고, 꾸준히 소통하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함께함으로써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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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음을 알려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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