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빈
[한국심리학신문=김다빈 ]
영화 'HER'는 주인공이 개인화된 AI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만다’는 단순한 명령만을 수행하는 AI가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서사는 AI가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작업 수행을 넘어서, 인간의 깊은 감정적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 속 사만다는 AI 감성 증강 기술의 이상적인 구현체로, 사용자의 말투, 감정 상태, 대화 내용을 분석해 맞춤형 반응을 제공한다. 주인공과 사만다의 관계는 인간이 AI를 통해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미래의 AI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정서적 지지를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우리는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고통과 외로움을 덜고, 감정교류로 삶에 대한 활력을 얻어가곤 한다. 하지만 삶을 이어가는 데 있어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음에도, 사회적·환경적·심리적 요인으로 타인과의 소통이 불가하거나 이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심리적 고립과 외로움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62%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심리적 고립은 개인의 불안감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하며,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지속될 경우 심장마비, 뇌졸중, 암, 우울증, 불안, 조기 사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리적 고립은 어디에서부터 오는걸까?
심리적 고립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를 넘어 정서적 유대감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에서는 디지털화와 도시화의 가속화,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가족 및 지역 사회와의 전통적인 관계가 약화하였고, 이는 개인이 느끼는 고립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고령자들은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감소하면서 심리적 고립에 쉽게 빠질 수 있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와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확산도 심리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고립감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통합과 공동체 의식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적 고립은 개인의 불안감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사회적 관계를 기피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심리적 고립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감성 증강 기술의 역할과 사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AI 감성 증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용자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심리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대화를 분석해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 불안, 스트레스를 인식하고, 이에 맞춰 공감적 반응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 최근 오픈 AI사에서 발표한 CHAT GPT-4o와 같은 최신 AI 모델은 대화 속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인식하고, 개인 맞춤형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최근 도입된 AI 감성 증강 기술 사례 중 하나는 고립된 노인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노인들이 AI와 대화를 통해 일상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AI는 사용자가 외로움을 표현할 때 이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공감 어린 대화를 이어가며, 필요시 가족이나 친구와의 연결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고령자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며,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AI 기술이 중요하게 자리잡을까?
AI 감성 증강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심리적 고립 해소를 위한 AI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AI는 더욱 정교한 감정 분석을 통해 개인의 심리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때 적절한 심리적 개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AI 기술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심리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심리적 위기를 사전에 감지해 예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장기적인 심리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가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초기 징후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대처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AI는 감성 증강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맞춘 정서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정서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더 나아가, AI는 사용자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개인의 정서적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이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다.
AI 감성 증강 기술, 마음 충전을 위한 보조배터리
AI와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것은 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으며, 보다 스마트한 지식 내용을 전달받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감성적 만족도가 높아서 신기술 기반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이야기할 때 부정적인 응답이 되돌아올까 봐, 혹은 자신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높아 감정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을까 봐 타인과 접촉하기를 꺼리는 사람에게 AI 감성 증강 기술은 숨어버린 은둔자들을 꺼내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AI가 제공할 수 있는 심리적 지원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며, 이는 개인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고,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는 대응 전략이 될 것이며, 현대 사회의 심리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 참고 문헌
1) 정형식, 김영심 and 이규현. (2014). 사회적 감정공유(Social Sharing of Emotions)가 환자의 심리적 안정 및 치료효과에 미치는 영향. 고객만족경영연구
2) 박연숙. (2023).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에서 촉발되는 공동 창의성 연구. 한국영상학회논문집,
3) 박향미, 최유정, 정재희. (2022). 1인 가구 청년 고독사 극복을 위한 사회 정서 능력 발달 기반 서비스디자인.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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