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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렇게 예뻐지고 싶다 - 소셜미디어 참여와 여성 청소년의 신체 불만족에 대하여
  • 기사등록 2024-10-16 18: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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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경민 ]



학창시절,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SNS에서 화려하고 예쁜 또래들의 모습을 보면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그들과 나의 외모를 비교하며 내 눈이 더 컸으면 했고, 코는 더 높고 작았으면 했고, 얼굴형은 완벽한 V라인이고 싶었다. 

 

각종 미디어의 생성과 발전이 시작된 2000년대 초 이후, 대중매체 속 과도한 여성의 외모에 대한 강조가 외모 강박을 불러일으킨다는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와 아주 밀접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당사자로서, 이제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연예인의 꾸며진 모습과 현실의 나를 비교할 필요 없다는 사실은 잘 와닿았지만 일반인 인플루언서에 대해 느끼는 부러움과 동경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연예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보다는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저렇게 예쁘고 화려하지?’라며 소셜미디어 속 또래의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 보였다. 

 

이에 대중매체 속 외모지상주의에서 더 나아가 소셜미디어 참여가 여성 청소년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참여형 콘텐츠의 등장-단순한 수용자에서 생산자로


미디어 속 외모지상주의가 여성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한 연구들은 기존의 미디어가 여성 청소년의 외모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숏폼(short-form)’ 콘텐츠의 유행이 도래하며 개인이 쉽게 사진과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여성 청소년들이 단순히 미디어를 시청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그러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청소년의 신체 불만족에 주목하는 이유


‘신체 불만족’이란 신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정의되는 개념으로,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견해가 부정적이거나 이상적 신체 간의 지각된 차이가 클 때 발생한다. 이러한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만족은 과도한 신체 변형 욕구, 자아존중감의 하락, 섭식장애 등 부정적인 형태로 발전될 수 있다. 

 

실제로 섭식장애의 일종인 신경성 식욕부진을 앓는 10대 청소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여성 청소년들 사이에서 거식증을 동경한다는 의미의 ‘프로아나(Pro-Anorexia)’ 집단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매체를 통해 조금씩 수면 위로 떠 올랐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일명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불법적으로 구매하는 여성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도되며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그것이 알고 싶다’ 1281회). 

 

자아정체성과 자아존중감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부터 신체 불만족으로 인해 잘못된 신체 가치관을 갖게 된다면 이처럼 쉽게 부정적인 형태로 발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 건강 회복과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청소년기는 미디어를 가장 거부감 없이 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미디어가 여고생의 신체 불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참여가 여성 청소년의 신체 불만족을 강화한다


최근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참여와 신체 불만족 간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내 사진 게시하기’, ‘내 게시물의 좋아요 확인하기’, ‘친구 또는 또래 팔로워의 사진에 댓글 달기’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외모 관련 활동이 외모 상향 비교를 매개로 신체 불만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나타났다. 

 

여성 청소년들은 특히 또래 간 외모 관련 대화와 사회적 비교를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내재화하는데, 그러한 여성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적인 외모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타인과의 비교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의식적으로 인지하자


이전에 많은 논의는 주로 대중매체 속 빛나는 연예인의 모습이 여성과 여성 청소년의 외모지상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급부상하고 콘텐츠 제작의 장벽이 낮아진 현재의 미디어 양상에서,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상호작용하는 소셜미디어의 특성이 여성 청소년의 신체상에 미치는 영향은 새롭게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틱톡의 이용자 40%가 10대라는 점과 계속되는 숏폼 콘텐츠의 유행을 고려했을 때, 아직 온전한 자아를 형성하지 못한 청소년이 미디어 속 외모지상주의를 학습하여 이를 꾸준히 재생산할 때의 잠재적 문제점을 의식적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여성 청소년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결국, 청소년기에 확립한 신체 상과 가치관이 성인기로 이어지는 것이며, 다시금 이후 세대에게 그러한 가치관을 전달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자꾸만 소셜미디어 속 아름다움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면, 현실은 생각보다 평범하고, 각자의 매력이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음을 기억하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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