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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노상현 ]


“저희 첫째는 딸로 했으니 둘째는 아들로 할게요. 키는 180 넘게 해주시고요, 눈은 무쌍으로 부탁드릴게요.”. 

 

너무나도 허무맹랑하게 들리는가? 지금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발명된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가 실용화된다면 이는 더 이상 터무니없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생명공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도대체 무엇이길래 암, 난치, 불치병도 정복 가능하다고 하는 것일까?

 



유전자 가위 : 크리스퍼란?




유전자 가위란 ‘생명체가 보유한 DNA 절단 기능을 가진 도구’를 말한다. 인간의 경우 약 30억 쌍의 염기로 구성된 DNA를 가지고 있는데, 유전자 가위 기술로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낼 수 있다.

 

이 유전자 가위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것이 바로 ‘3세대 크리스퍼’이다. 크리스퍼의 원리는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낸 면역 시스템에 있다.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대부분이 죽지만 일부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의 DNA 일부를 자신의 유전체에 저장해 놓는데, 만약 이전과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저장해 놓은 정보를 바탕으로 Cas9이라는 단백질과 함께 결합하여 외부 DNA를 잘라낸다. 즉 바이러스가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 세포에 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한 것이 ‘크리스퍼’인 것이다. 우리는 크리스퍼를 사용해 정확하게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잘라낼 수 있고, 자연 복구나 유전자 교체를 통해 그 유전자의 기능을 잃게 하거나 다른 성격을 띠는 유전자로 변형시킬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가 있다면 집어넣고 원하지 않는 유전자가 있다면 없애버릴 수 있는 셈이다. 




크리스퍼를 사용하여...


 

생명체는 살아가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데, 선천성 질병과 후천성 난치병 그리고 불치병은 주로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 즉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약 30억 쌍의 염기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 문제를 일으키는 유전자 염기 부위를 크리스퍼를 사용해 잘라내어 병을 낫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병이 무엇인 줄 알고 있는가? 바로 ‘암’이다. 크리스퍼가 인류의 희망이라고 칭송받는 이유가 바로 이 ‘암’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연구팀은 항암제 대신 크리스퍼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항암 신약을 개발했으며, 올해 6월 미국 UC 버클리 연구진은 크리스퍼를 사용해 표적 암세포만을 골라 없애버릴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치료법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크리스퍼를 사용해 인간의 유전자를 편집한 사례가 존재한다. 2018년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는 에이즈에 감염된 아버지와 정상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날 쌍둥이의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HIV바이러스 감염에 관련된 유전자를 크리스퍼를 통해 배아단계에서 제거하였다. 제거는 성공하였고, 이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쌍둥이의 출산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그런데, 허젠쿠이의 연구가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론 허젠쿠이의 경우는 치료를 목적으로 진행된 배아 유전자 편집 연구이지만, 만약 사람들이 치료가 아닌 개선을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사회 불평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을 초래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2015년 국제 정상회의에서 유전자 편집 연구에 대해 협의하였다. 선언문의 내용은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 유전 가능성이 있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은 현재 상황에서 너무 무책임한 짓이니 위법으로 간주한다. 두 번째, 세포에서만 하는 유전자 편집도 법적, 윤리적 감독을 받아야 한다. 세 번째, 다음 세대로 유전자가 전달되지 않는 체세포 편집을 의학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규제기관에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한다. 

 

이렇게 현 상황에서 양날의 검으로 간주하는 크리스퍼, 이 크리스퍼의 미래는 무궁무진하지만, 윤리적 문제와 같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출처>

YTN 사이언스. (2023). [핫클립] 정확성과 효율성이 높은 크리스퍼-카스9의 원리 / YTN 사이언스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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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25 22: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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