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Unsplash

오늘날 MZ 세대는 ‘인스타그램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 속 행복하고 찬란한 순간을 피드에 남기고 지인들과 이를 공유하는 행위, 유명 여행지나 맛집에 방문할 때마다 스토리에 저장하는 모습,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인스타 검색과 해시태그를 이용해 빠르게 접하는 광경 등.. 이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때 인스타그램 없이는 어떠한 사회적 소통과 정보 교류가 불가능할 수준으로 크게 붐이었을 때가 있었다. 필자 역시 인스타 스토리나 피드를 주기적으로 올리지 않을 때마다 친구들에게 ‘뒤처진다’, ‘구리다’, ‘촌스럽다’ 따위의 비난과 조롱을 받곤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인스타그램 세상이 저물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어찌된 일인지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인스타 세상이 저물고 있다고?


최근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본인의 프로필 하단에 blog.naver.com/으로 시작하는, 네이버 블로그 URL을 걸어두기 시작한 것이다.

 

‘인스타 감성과 블로그 감성은 달라’, ‘인스타는 보여주기식이라면, 블로그는 비밀 일기장 같아’, ‘매주 블챌(블로그 챌린지) 하잖아. 요즘 인스타보다 블로그를 더 많이 하는 듯’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싸이월드가 폐쇄된 이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시대가 도래한 지 한참인데, 언제적 블로그가 다시 부흥하고 있단 말인가? 블로그는 분명 실속 없는 정보와 허위·과장 광고로 점철된 플랫폼이라는 오명만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는 무엇보다 짧은 텍스트와 숏폼에 익숙한 세대에게 긴 글과 포털 이용은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소통 창구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시 20주년을 맞은 네이버 블로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우리가 인스타를 떠나 블로그를 찾는 이유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밝힌 지난 7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 사용량 분석(안드로이드 OS 기준)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사용자 주 연령층 중 20대의 비중은 23%를 기록한 반면, 네이버 블로그는 27.1%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SNS 내 계속해서 노출되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영상에 과한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며 벌어진 현상으로 파악된다. 무분별한 허위광고와 가짜 뉴스, 접하고 싶지 않은 홍보성 게시글의 범람에 SNS 자체에 피로와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이 급증한 것이다. 

 

더 이상 과시용 혹은 보여주기식 콘텐츠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스타그램은 행복한 순간만을 기록하는 가식적인 플랫폼이자 불필요한 인정욕구만을 부추기지만, 블로그는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가령 블로그는 게시글의 공개 범위를 별도로 설정할 수 있어 타인에게 보이는 요소보다 일상 기록이라는 본질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시물 정렬과 기록 방식 역시 같은 맥락이다. 블로그는 게시물이 프로필 아래 피드에 즉각적으로 박제되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타인이 관련 링크를 직접 찾아 접속하지 않는 이상 게시물을 확인할 수 없기에 다른 SNS보다 사적인 영역이 확보돼 이용 부담이 덜한 특징이 있다. 또한 자신의 일상을 사진과 영상에 한정 짓지 않고 글을 통해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는 점은 SNS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스타와 블로그보다 중요한 것


오늘날 MZ는 어느 때보다 인정욕구가 강한 세대이지만, 동시에 소수의 사람과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주고받고 싶은 세대다. 이들은 허상과 가식으로 얼룩진 공간이 아닌 보다 진실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더 나은 SNS 플랫폼을 발굴해 나가는 데 끊임없이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사실 ‘진짜 나’는 타인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돼야 한다는 모든 강박과 속박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자아가 아닐까?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어떠한 수단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아’ 말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소중한 사람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일은 가치 있다. 하지만 그만큼 SNS에서 벗어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절실히 필요하다. 인스타와 블로그보다 중요한 것은 ‘온전한 나’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뉴스1, [Website], 2023, 인스타·틱톡에 밀렸던 ‘블로그’ MZ세대 갈아타기에 '역주행'…그들은 왜?

https://www.news1.kr/society/general-society/4916577

2) 글로벌이코노믹, [Website], 2024, ‘젊은 피 수혈’ 네이버 블로그, MZ 소통창구로 부상

https://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408161753414197ea588b1547_1/article.html

3) 노컷뉴스, [Website], 2023, “허위정보, 광고 좀 그만”…한국 2030, 인스타 떠난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062303






지난 기사보기

나는 진정한 카리스마를 원한다

그래서 정신과 약 먹어요? 먹지 말아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로 알아보는 ‘범불안장애’

달콤한 걸 먹었는데 왜 기분이 나쁠까?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9271
  • 기사등록 2024-10-28 12:17:4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