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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A ]



어린아이가 건강히 잘 자라기 위해서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편식하는 자녀를 둔 많은 양육자들은 아이들이 편식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그러나 한 번 아이가 거부감을 가진 음식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싫어하는 음식이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골라 먹기 때문이다. 

 

편식 때문에 매번 밥 먹는 시간이 전쟁 같은 때도 있다. 그러나 이는 편식하는 음식을 먹게끔 하는 양육자뿐만이 아닌,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때까지 식사 자리에 붙잡혀 있는 영유아에게도 곤욕 같은 시간일 것이다. 

 

잡혀 있는 것이 싫다면 그냥 빨리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왜 아이들을 끝까지 싫어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매 식사 시간마다 구태여 전쟁을 치르는 것일까. 

 


음식이 무섭다고?



양육자가 보기에 아이가 음식을 편식하는 것은 단순히 '맛이 없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성인의 입장이다. 모든 것이 낯선 영유아에게는 새로운 음식이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심리학적 용어인 네오포비아와 관련된다. 

 

네오포비아란 낯설거나 새로운 것에 대한 공포증으로, 생후 6~7개월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는 낯선 사람, 장난감, 음식 등 모든 '새로운 것'을 접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낯선 음식에 대해 두려움이 발생하는 '음식 네오포비아'를 통해 영유아의 편식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보통 생후 15개월 이후부터 일반식을 접하게 된다. 이 시기부터 아이들은 수많은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보게 되는데, 이때 긍정적인 경험이 형성되지 않은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생기게 된다. 특히 2~5세는 음식 네오포비아가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새로운 음식을 맛볼 때 부정적인 반응이나 압박을 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로운 음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양육자가 압박까지 가한다면, 아이들에게는 편식을 안 할 수 없는 환경일 것이다. 



푸드브릿지



음식 네오포비아로 인한 편식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아이에게 낯선 음식을 점차적으로 노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때 푸드브릿지를 통해 편식을 하는 아이들에게 단계별로 다양한 음식을 노출해 줄 수 있다.

 

푸드브릿지란 네 단계를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음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네 단계는 아이가 선호하는 익숙한 음식에서 시작해 새로운 음식을 점차 노출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 단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단계: 식품과 친해지기

아이가 선호하는 친숙한 음식을 사용하여 편안함을 느끼도록 돕는다. 

 

- 2단계: 간접노출

새로운 음식(또는 싫어하는 음식)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제공하나, 모양이나 색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 3단계: 소극적 노출

아이가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도록, 새로운 음식(혹은 싫어하는 음식)에 비슷한 맛이나 질감의 새로운 음식을 추가하여 새로운 식재료(또는 싫어하는 식재료)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형성한다. 

 

- 4단계: 적극적 노출

아이가 본연의 맛을 느끼도록 새로운 음식(또는 싫어하는 음식)을 독립적으로 제공하거나, 익숙한 음식을 조금만 섞어 제공한다. 

 

푸드브릿지의 단계는 점진적이고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음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양육자는 각 단계를 아이의 반응에 맞추어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며, 아이가 음식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과 반응을 형성할 수 있도록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하여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음식을 가려 먹음으로써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잘못된 식습관으로 살아갈까 걱정이 되기 때문에, 강압적으로라도 모든 음식을 먹이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유아기는 새로운 음식에 대해 공포심을 느낄 뿐만이 아니라, 해당 시기에 음식에 대해 느낀 거부감은 이후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강요는 금물이다. 심리학자들은 영유아의 편식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 주고, 식사 시간을 긍정적 경험으로 만들어 줄 것을 권장한다. 

 

편식은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해 주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1) 김영희. (2018). 영유아 식습관 형성의 심리적 요인 연구. 한국영유아학회지, 37(3), 45-57.

2) 박미현. (2017). 네오포비아 완화를 위한 부모 역할 연구. 아동심리학연구, 15(2), 98-112.

3) 김민수. (2021). 반복 노출이 영유아의 편식 경향에 미치는 효과. 유아발달연구, 19(1), 76-89.

4) 김영아. (2020). 영유아의 음식 네오포비아와 편식 간의 관계 연구. 한국영유아발달학회지, 41(3), 285-301.

5) 이민지, 박선영. (2019). 음식 네오포비아가 영유아의 식습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 아동심리연구, 28(2), 110-127. 

6) 이정민, 김은영 (2021). 영유아의 편식 행동 완화를 위한 푸드브릿지 적용 사례 연구. 아동발달연구, 36(4), 256-271.

7) 박현주, 최유정 (2020). 푸드브릿지 전략이 영유아의 음식 네오포비아 감소에 미치는 영향.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35(2), 14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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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13 15: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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