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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소영 ]



“저자는 사별 이후의 감정적 과정을 크게 비애와 애도로 구분한다. 비애는 상실을 맞닥뜨린 인간의 뇌가 해결해야 하는 고통에 관한 감정 상태이고, 애도는 누군가가 사라진 상태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 유원모 기자, 동아일보


지난 기사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애도하며 겪는 여러 감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이별 후 상실감은 끝날 것 같지만 끝나지 않는 경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상실감의 끝을 정말 볼 수 없는 막막한 순간에 갇힌다면 어떨까? 터널 끝의 빛을 보지 못하고 계속 떠나보낸 이를 그리워하며 헤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 죽음과 애도는 절대 쉬워지지 않는 과정이다. 아무리 지병으로 인해 병실에 몇 개월간 간호하고 있었다고 해도, 언젠가 끝이 있을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와 우리의 일부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 과학적으로도 보았을 때, 상실감은 보상 심리와 관련이 있는데,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어할수록 뇌는 그러한 기대감에 보답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상실감에 빠질수록 우리는 떠나간 사람을 계속 보고 싶어하고 원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유원모, 2023).


떠나보낸 사람을 잊지 못하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Prolonged Bereavement Disorder, "Prolonged"는 장기적, "Bereavement"는 사별, 그리고 "Disorder"는 장애를 뜻하는, 지속적 비애 장애라고 하는 정신질환에 해당할 수 있다. 정신장애 진단 지침에 의하면, 이별한 후 아이는 6개월 그리고 어른은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비애 장애일 수 있다. 자세한 증상들의 예로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믿음,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나 듣는 것에 대한 거부감, 단절된 인간관계, 자신의 미래나 좋아하는 일을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무력함, 감정적으로 무뎌짐, 강한 외로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이 있다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22).


특히 갑작스럽거나 예상치 못한 이별을 겪었을 때, 이 정신장애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흔히 일어나지 않는 사건들로 인해 겪는 이별은 개인에게 큰 충격과 힘겨운 시간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겪는 슬픔을 Complicated Grief 또는 복합적 비애라고 일컫는다 (김혜진, 송혜원, 이예진, 송인한, 2021). 더 자세한 예시들로 자살, 타살, 오래된 질병, 아이들의 죽음, 실종, 유산, 그리고 자연재해 또는 전쟁으로 인한 죽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죽음들이 복합적 비애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다 (Ernstmeyer et al., 2021). 특히, 위의 사건들로 인해 심적으로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이별은 그 트라우마로 인해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겨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애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예시들과 컨셉을 가진다. 누군가의 죽음뿐만 아니라 어렸을 적 트라우마, 예를 들어, 가정 폭력이나 성폭력의 예시들을 보았을 때, 내담자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 또한 애도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상담사로서 이러한 대화를 많이 이야기 나누는데, 언뜻 보기에 전혀 상관없는 주제일지 몰라도 애도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다 보면 일상의 다른 트라우마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죽은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는 것처럼 가지지 못했던 젊음과 청춘을 떠나보내며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 또한 자신과의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22). Prolonged Grief Disorder. https://www.psychiatry.org/patients-families/prolonged-grief-disorder 

2) Open Resources for Nursing (Open RN); Ernstmeyer K, Christman E, editors. Nursing Fundamentals [Internet]. Eau Claire (WI): Chippewa Valley Technical College; 2021. Chapter 17 Grief and Loss. Available from: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591827/

3) 김혜진, 송혜원, 이예진, 송인한. (2021). 사별 경험자의 복합비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세대학교. https://doi.org/10.15709/hswr.2021.41.3.75

4) 유원모. (2023). [책의 향기]사랑하는 사람 보낸 후 뇌에선 어떤 일이.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728/120468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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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26 15: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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