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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이수현 ]


 웹드라마 '에이틴', 2018년 방영, 플레이리스트 오리지널웹드라마 ‘에이틴’의 등장인물 김하나는 시험 보기 전 수많은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몬드를 먹어야 하고, 머리를 묶고 필기 노트를 챙기는 등의 갖가지 행동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확인한다. 만약, 이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징크스는 어떤 게 있을까? 수능 날 부모님이 도시락으로 미역국을 싸주지 않거나,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바나나를 먹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역국과 바나나는 미끌거리는 특징 때문에 중요한 시험이나 일정이 있을 때, 시험에 미끄러져 떨어질까 봐 기피하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징크스는 아무 근거 없이 우리의 행동을 조형한다


징크스(Jinx)는 “재수 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을 뜻한다. 징크스를 피하고자 우리는 위험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즉 ‘루틴’을 만든다. 삼성 라이온즈의 박한이 선수는 타석에서 하는 ‘준비 동작 징크스’가 있다. 첫 번째로, 배팅 장갑을 조이고, 오른쪽 소매로 땀 닦을 닦는다. 두 번째로 앞머리를 쓸어올린 후 방망이로 홈 플레이트 앞에 밑줄 그은 후 어깨 위에 방망이를 올려 타격 자세에 들어간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게임에 플레이하게 되면 심신이 안정된다고 한다. 필자의 징크스는 ‘중요한 시험을 앞뒀을 때, 그 사실을 타인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 왜인지 모르게 타인에게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말하면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들이 다 인과가 있으며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징크스는 어떠한 심리적 기제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징크스를 피했다고 생각한다. ‘미역국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에 붙은 거야!’ 혹은, ‘오늘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기 때문에 시험에 낙방한 걸까’라고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즉, ‘어떤 행동이 특정 결과와 연합을 한다’라는 조작적 조건화가 형성된 것이다. 미역국을 먹고(행동) 시험에 떨어진(결과)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미역국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험이 인과관계가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징크스에 의한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에는 실질적인 인과적 연결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스스로 믿게 된다.

 

다음으로, 징크스가 생기는 원인으로는 ‘뇌’에 있다. 만약,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면 우리의 뇌가 그 사건을 기억해서 입력 해놓았다가 비슷한 일이 생기게 되면 그때 느꼈던 비슷한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더욱 긴장하게 되고, 훨씬 더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만약 신체적으로 긴장하고 있었을 때 안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뇌는 그 충격을 더욱 깊게 기억하고 이것이 우리를 얽매이는 하나의 징크스가 되는 것이다.



징크스에 얽매이면?


PIXABAY 징크스는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는 기제일 수도 있다. 시험이 떨어진 이유를 자신이 아닌 ‘어떤 사건’으로 돌려 마음에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게 되면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박지영의 유쾌한 심리학이란 책에선, “징크스의 이면에는 자신감 부족 같은 심리적 허약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나의 자신감 부족을 다른 사건 탓으로 돌리면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안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이 확인하려는 것은 확실한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것이다. 불확실할수록 불안하니까. 나에게 징크스란 ‘불안함’의 다른 말이다. 확인한다는 건, 불안하다는 말.” 에이틴의 등장인물 김하나가 징크스에 대해 떠올리는 대사다. 징크스는 우리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긴장과 불안을 주기도 한다. 적당한 징크스를 이겨내기 위한 기제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강박적인 행동은 우리의 생활에 해가 될 수 있으니, 징크스를 깨보는 행동을 실행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험 전날에 과감하게 미역국 먹어보기, 필자는 모두에게 시험 친다는 사실을 알리기 등등, 많은 행동을 해봄으로써 ‘내가 스스로가 만들어 낸 공포에 잡아먹혔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용기 내서 스스로의 징크스를 깨보자.




참고문헌

1) 이동귀, "시험날에는 미역국 안 먹는다?.. 징크스의 심리학", YTN Science, 2018.05.09, https://m.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1805091723356084

2) Paul Chance, Ellen Furlong, "학습과 행동", Cengag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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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2-03 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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