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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승현 ]


몇 주 전, 우리나라에 엄청난 양의 올겨울 첫눈이 내렸다. 전국적으로 아주 많은 눈이 내려 곳곳에서는 나무가 쓰러지거나,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렇게 11월에 눈이 많이 온 것은 근대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7년 만이라며 언론에서도 떠들썩했다. 이렇게 이례적으로 눈이 많이 오게 된 원인은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서해의 해수면 온도 때문이다. 북쪽에서 온 찬 공기와 충분히 차가워지지 못한 해수면이 만나면 눈구름대가 생기는데, 서해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눈구름이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해수면 온도의 상승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꼽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번 폭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후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이상기후가 매년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은 모두가 직접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본래 사계절이 뚜렷했다. 그러나 환경파괴로 인해 인터넷에 떠도는 밈 ‘봄 여어어어름 갈 겨우우우울’처럼, 봄과 가을은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짧아졌고 각 계절은 점점 더 극단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 갈수록 폭염, 폭우, 폭설에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직접 체감되면서 이에 따른 ‘환경 불안’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기후 불안이란?


기후 불안, 환경 불안(eco-anxiety)이란 미국심리학회에서 2017년에 처음 규정한 신조어로,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만성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를 점점 위협하는 기후 위기를 고려하여 아이를 갖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심할 경우 밤새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기사 도입부에서 제시한 우리나라의 사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종 자연재해 소식이 끊기지 않으면서, 환경 불안을 느끼는 사람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구글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환경 불안’ 혹은 ‘기후 불안’과 관련된 검색 건수는 2018년에서 2023년까지 45배가량 늘었다.


예일대에서 환경 불안과 관련해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약 3분의 2가 지구온난화에 대해 적어도 “어느 정도 걱정된다”라고 답했다. 설문자의 13%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무언가를 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라고 해 기후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설문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환경 문제로 인해 생기는 걱정이 우리들로 하여금 더 무력감을 느끼도록 만들고, 이는 ‘기후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후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대처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러나 다른 위협으로부터 느끼는 불안과 임상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유의미하게 많아졌고, 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까?



기후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


라이저로위츠 교수는 “기후 불안에 대한 가장 좋은 처방은 기후 행동”이라고 했다. 불안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환경을 위한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지금보다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만 실천해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지켜야 하는 환경 정책 및 협정을 만들어 실천하는 등 범사회적, 범국가적 시선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후 변화가 그렇게 빠르지 않을 수 있다. 설령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더라도, 나쁜 일만 있진 않을 것이다. 삶이란 건 언제나 나쁜 일이 있다면 좋은 일도 있는 법.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막연하게 큰 불안을 느끼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불안을 떨쳐내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극도의 불안감으로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환경에 비교적 관심을 많이 갖는 서양 (특히 서유럽)권에서는 기후 위기 관련 전문 심리학자가 있을 정도이다. 스스로 감당이 안 될 때는 망설이지 말고 상담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자.




  1. *참고문헌

  2. 1) 서울 ‘11월 폭설’ 117년에 한번 올 눈…원인은 2도 뜨거워진 서해 URL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69448.html

  3. 2) '기후불안' 시달리는 사람들 급증...구글검색도 5년간 45배 증가 URL :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311230008

  4. 3) "기후변화가 유발한 '환경 불안' 심각…심리치료 영역으로" URL : https://www.yna.co.kr/view/AKR202202070807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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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2-23 09: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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