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한국심리학신문=조승현 ]
이번 겨울, 갑작스레 날씨가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 급격하게 추워지며 옷을 더 단단히 챙겨 입게 되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엔 목이 따뜻해야 온몸이 따뜻하다는 옛말이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목은 혈관이 피부 가까이에 있어 체온 조절이 취약한 부위로, 목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만으로도 체온을 3도가량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목이 차가워지면 체온도 빠르게 떨어지고, 면역력도 약해진다. 2016년에 진행된 미국국립보건원의 연구에 따르면 체온이 떨어질수록 바이러스가 더 쉽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목을 통해 우리의 체온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일이 되었고, 폴라티나 목도리 등 목을 감싸는 옷이나 방한용품은 우리의 겨울 외출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추워도 목을 감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 또한 어릴 때는 이 사례에 속해 있었다. 목도리나 목폴라뿐만 아니라 미용실 가운, 넥타이, 단추를 끝까지 채운 셔츠, 심할 경우 목걸이도 착용하지 못한다. 무언가로 감싸거나, 목에 걸친다고 해서 생명이나 호흡의 양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닌데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고 답답함을 느꼈다. 이러한 증상을 심하게 겪는 사람은 목걸이조차 착용하지 못한다. 어떤 이유로 이런 것일까?
뇌가 감각을 해석하는 방식
폴라티를 입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앞서 언급한 증상을 겪지 않는 사람들의 뇌는 폴라티를 단순히 ‘옷’이라는 자극으로만 받아들인다. 그러나 폴라티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뇌는 옷의 자극을 하나의 위협 자극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증상을 감각 방어(sensory defensiveness) 중 ‘촉각 방어’라고 한다.
촉각 방어를 겪게 되면 목도리나 옷 등이 목에 닿으면 무언가가 목을 옥죄는 느낌이 들고, 목 안쪽부터 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어릴 때 발달하는 촉각 방어는 크면서 서서히 사라지지만, 목이나 얼굴, 구강 등 일부 신체 부위에 남기도 한다. 물컹물컹한 식감을 싫어하는 것이나 머리카락에 닿는 느낌을 꺼리는 것도 감각 방어에 해당한다.
촉각 방어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과다하게 발현한 뇌신경이 촉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촉각 방어가 발생한 부위가 평소 자극에 노출되지 않아 촉각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나, 충격적인 경험으로 정신적 트라우마가 남았을 경우에는 촉각 방어가 악화할 수 있다. 성인기에 뒤늦게 촉각 방어를 경험하기도 하며, 감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자폐 스펙트럼 및 ADHD 환자에서 촉각 방어가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촉각 방어 치료법
촉각 방어도 나아질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 몸이 위협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적당한 자극을 주어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을 뇌에서 조직화하고, 적절한 반응을 유도하는 신경학적 치료 방법을 감각통합치료라고 한다. 목에 2~3시간 간격으로 1~3분 동안 자신이 받아들이기에 기분 좋은 촉각 자극을 주면 증상이 완화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극 시간을 늘릴 때는 책 읽기나 공부 등 다른 활동을 하며 불편한 감각을 덜 의식하고 자극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 도움 된다.
2. 마사지하기
목폴라나 목도리를 하기 전, 옷이 닿을 부위인 목과 목 주변을 세게 마사지하면 답답한 느낌이 나아질 수 있다.
만약 위 방법을 시도해 봤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불편한 옷은 안 입으면 된다. 억지로 입을 필요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촉각 방어는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단 ‘증상’이며,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우리 뇌가 감각을 받아들이는 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이 기사를 읽는 당신이 촉각 방어를 경험하고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자신을 이해하고 기사를 통해 위로받길 바란다.
*참고자료
1) 매경헬스. [건강캐스터 한마디] 목을 감싸면 체온이 3도 상승하는 효과. 2018.12.27. URL:
http://www.mk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651
2) 스브스뉴스 SUBUSUNEWS. 목폴라, 미용실 가운, 목도리, 넥타이...목에 닿으면 답답해서 못 견디는 사람들 / 스브스뉴스. 2018.12.23. URL:
https://youtu.be/1yytMhD2Vms?si=rSxdSg9gCbz8WQO7
3) 한국뇌발달연구소. 치료교육 프로그램-누가 필요한가?-감각통합장애. URL: http://kbrain.co.kr/board_vWAu01/492
4) HiDoc 뉴스. 목티 간지럽고 답답해서 못 입겠다면 ‘이렇게’해 보세요. 2024.03.04.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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