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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 없이 어떻게 살래?" 사랑일까, 우월감일까 -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로 알아보는 구출환상
  • 기사등록 2025-01-31 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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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강승현 ]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가? 연인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애틋한 문장 중 하나인 “넌 나 없이 어떻게 살래?”는 그 자체로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러한 문장이 지나치게 남용되면, 건강하지 못한 사랑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보온달에게 글과 무예를 가르쳐 무관시험에 뛰어난 실력으로 합격하게 한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다. 온달을 위해 희생하고 내조한 평강공주는 그저 이상적이고 완벽한 아내일까? 어쩌면 평강공주는 지나친 자기우월감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구출환상이란?



이러한 지나친 자기우월감과 전능적 자의식에 빠져 상대방을 구원하려는 태도를 심리학 용어로 구출환상 또는 구원환상이라고 한다. 구출환상의 개념은 사실 초기에 "다른 남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여자를 "구출"하려는 충동을 가진 경우를 뜻하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비추어 설명하기도 했던 현상으로, 남성이 반복적으로 평판이 나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심리를 반영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구출환상과 관련된 심리적 고통을 PTSD 양상의 증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힘든 상황에 놓인 내담자와 상담사가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한 시점에서 내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면, 상담사는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그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자책하는 PTSD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애틋한 사랑이라는 착각


이러한 구출환상은 종종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욕망으로 변질되기 쉽다. 이는 상대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결국 건강한 관계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랑은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구출환상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그를 구원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결국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평강공주는 바보온달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평강공주와 온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구출환상의 위험성을 엿볼 수 있다. 평강공주는 온달을 위해 궁에서 가져온 패물을 모두 팔아 논과 밭을 사고, 온달의 무관시험 합격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온달의 성공만이 평강공주의 꿈과 행복이었을까? 그녀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랑은 상대방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구출환상은 종종 무의식적인 욕망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을 구원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상대방을 구원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된다.


이렇듯 자신이 희생하여 상대방을 구원하려는 구출환상은 언뜻 보면 진정한 사랑이라 불릴 수 있겠지만, 건강한 관계를 방해하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상대방의 힘든 상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도움을 주는 것보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을 해주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랑이란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출처

1) 윤인선. (2016). ‘여성 오이디푸스’의 환상을 통해 살펴본 심청의 환상과 자살의 의미. 현대정신분석, 18(2), 79-113. 10.18873/jlcp.2016.08.18.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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