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우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장동우 ]
우리는 꽤 흔하게, 티비나 컴퓨터 등의 매체를 통해서 빈곤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세계의 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제대로 된 집에서 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존재한다. 2013년 세계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에 1.9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 인구는 약 7.6억명에 이른다.
필자는 세계화가 진행되고 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왜 여전히 빈곤 국가가 존재하는지, 빈곤 국가는 왜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건지 궁금증이 들곤 했다. 그러던 중,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책과 대학교에서 정치경제 강의를 수강하면서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 할 수 있었다. 이 기사는 위 책과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국가의 경제발전과 빈곤해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국제원조를 받는 것, 한국처럼 국가역량을 높이는 것, 포용적인 경제 제도를 갖추는 것, 부패의 척결, 민주주의, 혹은 중동국가들처럼 막대한 자원 등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가난한 국가가 당장 바꿀 수 있거나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며 이 기사의 주제도 아니다. 필자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쉽게 접근하려고 한다. 경제발전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이 부분에 주목하려고 한다.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과 행동]
답은 쉽다.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과 행동이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국가의 경제가 발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빈곤 국가의 아이가 3세 이하일 때 구충제를 먹으면 영양섭취가 잘되어 뇌에도 영양공급이 잘되고, 똑똑하게 잘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빈곤 국가는 병원, 수도시설 등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해충에 많이 노출되고, 구충제를 먹지 않으면 내가 먹는 음식을 해충이 먹기 때문에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제 케냐에서 구충제 실험이 진행되었다, 피실험자를 무작위로 추출해서 a집단에는 구충제를 2년 주고, b 집단은 1년만 주고 두 집단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때의 월급을 비교해보았는데, 구충제를 2년 먹은 집단이 월급을 20%이상 더 받았다. 단순하게 접근했을 때, 이 결과를 보면 구충제를 먹이는 것은 개인의 부 축적과 국가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빈곤 국가의 사람들은 지극히 쉽고 단순하게 보이는 이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직접 빈곤국가 사람들에게 위 연구결과를 보여주며 ”구충제를 사서 먹여! 먹이면 건강해서 돈 많이 벌어!“라고 제안했음에도 부모들은 구충제를 사먹이지 않고 무시했다고 한다. 당연히 도대체 왜 그럴까?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무지, 비용, 불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따져가며 그 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1. 비싸서 그런가?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구충제의 값이 빈곤국가 사람들에게 너무 비싸기 때문에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을 반박할 수 있는 몇가지 반론이 있다. 모유수유의 예를 들어보자. WHO(세계보건기구)는 모유 수유가 영양을 증가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까지는 모유 수유를 하라고 적극 권장한다. 하지만 분유값이 훨씬 비싸고 모유수유가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통계상으로 40% 미만만이 모유수유를 한다. 60% 이상은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나름의 이유 때문에 분유를 먹이는 것이다.
두 번째로, 빈곤국가 중 하나인 잠비아에서 개인이 자기집에 정화된 물이 나올 수 있게 시설설치를 하려면 상당히 큰 돈이 든다. 대신 개인이 직접 염소표백제를 이용하여 정화를 하면 시설설치 비용의 2% 만으로 식수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잠비아 사람들의 10%도 안되는 사람들만이 이 선택을 한다. 이 두 가지 예시를 보면 비용 때문은 아닌 것 같다.
2. 무지, 몰라서 그런가?
구충제가 무엇이고 어디서 살 수 있는지, 혹은 염소표백제를 통해 식수가 정화가 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런걸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잠비아 사람들에게 직접 염소표백제를 통해 식수를 정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결과는 98%가 염소표백제를 통해 정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98%가 알고 있음에도 그중 10% 만이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가설 2가지는 틀렸다. 빈곤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은 비용 때문에 어쩔수 없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몰라서 그런것도 아니다.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이제 빈곤 국가의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에 대한 남은 가설을 ‘불신’이다. 불신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다음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또한, 다음 기사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 것이다.
[참고자료]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에스테르 뒤플로, 생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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