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인
[The Psychology Times=주해인 ]
출처 : Pixabay
우리 집은 텔레비전을 끊었다. 55인치 텔레비전은 그저 Netflix와 YouTube를 시청하는 거대한 화면이 되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진 텔레비전 없이는 못 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재미있게 볼 TV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고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텔레비전과는 연을 끊었다.
그러다 몇 주 전부터 찾아보게 되는 TV 프로그램이 생겼다. 바로 <뿅뿅 지구오락실>이다.
<뿅뿅 지구오락실>은 2022년 6월 24일부터 tvN에서 방영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박현용 피디가 감독하며, 개그우먼 이은지, 오마이걸 미미, 래퍼 이영지, 아이브 안유진이 출연한다. 달나라 토끼가 계속되는 업무에 지쳐 지구로 도망왔고, 4명의 지구 용사들이 모여 이 토끼를 잡는 것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기본정보에 따르면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가 장르이다.
초등학교 때, 주말이 지나고 나면 친구들 사이에 한 차례 조사가 있었다.
“너 이번 주 무한도전 봤어?”
“너 런닝맨 봤어, 1박2일 봤어?”
나는 오로지 <1박2일>만을 바라보는 순정파였다. 그래서 <무한도전>과 <런닝맨>의 ‘위대함’을 알지는 못하지만 <1박2일>의 ‘위대함’은 알고 있다.
<1박2일>을 재밌게 봤기 때문에 나영석 피디의 작품은 챙겨보게 된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신서유기>, <삼시세끼>를 지나 <뿅뿅 지구오락실>까지 챙겨보게 된 데에는 나영석 피디의 영향이 크다. 그가 연출해내는 방식 중 ‘스태프의 출현’은 나에게 매우 색다르게 다가왔고, 그 방식을 가장 잘 사용하는 피디이기 때문인 것 같다.
문학에 대해 배우면서, 모든 사람은 일종의 관음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모든 사람이 훔쳐보기를 좋아하는 변태라니! 얼마나 충격적인가!
그러나 이내 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우리는 끊임없이 궁금하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겪게 되면 어떨지 궁금하다. 우리는 그래서 문학을 읽는 것이라고 배웠다.
내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열심히 찾아보는 것일까?
아마 이 ‘관음증’ 때문이 아닐까 궁금해져서 관련된 논문을 찾아보았다.
리얼리티 예능의 시초, <무한도전>
우리는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만났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무한도전>과 <1박2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용어는 <무한도전>에서 방송인 유재석이 사용하면서 하나의 장르를 표상하는 말이 되었다. <무한도전>은 실제 출연자들의 성격을 기반으로 인물형을 구축했다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출연자를 더 사실적으로 인식함으로써 보고 있는 영상 속 상황이 실제 상황이라 판단하게 되었다. <1박2일>에서는 나아가 대부분의 제작 스태프들을 출연시키고 이들을 주요 전개 장치로 사용하여 사실성을 더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말이 표현하듯 이 장르에서는 사실성이 시청자의 마음으로 사로잡는 매력이었다. 이 2000년대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연출되었고 한국의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가 형태를 갖추었다.
리얼리티 예능의 매력
리얼리티 예능은 사람들의 숨겨진 삶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준다. 이전 예능이 연예인을 출연자로 했다면, 요즘은 일반인을 출연자로 하여 조금 더 거리감을 줄이거나 사실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누가 되었건, 우리는 리얼리티 예능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염탐할 수 있다.
나영석 피디의 말을 인용하면, “하루종일 따라다니는 카메라에 따로 큐 사인 따위 있을 리가 없다. 그냥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카메라, 지금 녹화중이다, 또는 쉬는 중이다의 경계마저 허물어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는 네버 엔딩 촬영이 계속되는 순간, 역설적으로 멤버들은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촬영 기법 덕분에 출연자들은 숨김없는 자기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시청자들은 거리감을 느끼는 연예인에게서 동질감을,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인 일반인에게서 새로움을 찾아낸다.
시청자들은 사실성을 원한다. 내가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있는 대상의 모습이 사실이기를 바라며, 꾸며내지 않는 진솔한 모습을 원한다. ‘기만’에 예민해지면서 사실성을 원하는 대중들의 심리를 더욱 느낄 수 있다. 거짓된 모습을 믿었다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리얼리티 예능을 더 찾는다.
한 명의 시청자로서, 앞으로 사실성을 지닌 예능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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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표기
이현중. "관찰 예능의 장르화 과정과 스토리텔링 연구—관찰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대중서사연구 25.2 (2019): 217-245.
나영석,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2012, 문학동네, 7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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