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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복잡미묘한 관계, 엄마와 딸의 갈등 - '친구 같은 사이'와 '애증 관계',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관하여
  • 기사등록 2022-10-01 17: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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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지인 ]


“저는 딸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제가 저희 엄마를 챙기는 것처럼 나중에 제 딸이 저를 신경 쓰는게 싫어서요. 엄마를 챙기는 것이 싫은 건 아닌데... 마치 제게 주어진 운명 같아요.”

개그우먼 정주리가 방송에 나와 한 발언이다. 딸은 어릴 적부터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결혼하면 다른 집 가장이 되는 아들과 달리, 엄마와 딸은 결혼 이후에도 끊임 없이 서로의 살림에 관여하며 많은 것을 교류한다. 


친구같은 아들, 딸같은 며느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식이 많이 변화했지만 친구같은 딸은 여전히 이상적인 관계로 들린다. 사실 고부갈등, 자녀-부모 갈등, 부부갈등 관계에 대한 고찰은 많지만 모녀 관계에 대한 고찰은 부족하다. 친구같은 딸을 집착 적으로 원하는 엄마, 그리고 사회가 권하는 친구같은 엄마. 편안한,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같은 딸. 그러나 여기서 모녀 관계의 갈등은 시작된다.

 


‘엄마 팔자 딸 팔자 된다’ 의 진실


pixabay

엄마의 경험이 본인 인생에 부정적 영향을 불러일으켰을 경우 엄마는 외집단 동질성 가설에 빠지기 쉽다. 외집단 동질성 가설이란 쉽게 말해 ‘자신의 집단은 다 옳고 다른 집단은 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추후 딸과 그 경험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때 딸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주기 쉽다. 엄마의 부정적 신념은 콩나물을 다듬으며, 걸레질을 하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딸에게 전수된다. 


이러한 현상은 엄마의 불안함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과 딸의 인생을 쉽게 분리하지 못한다. 딸의 경험은 본인의 옛 경험을 상기시키고, 딸의 불행을 본인의 불행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본인의 실수를 딸이 반복할까 두려워한다. 어느새 사랑이라는 포장으로 딸의 독립성을 방해하는 것이 엄마의 권리가 되어버린다. 딸은 엄마의 의견에 반대하더라도 엄마의 사랑과 희생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딸 또는 장녀의 경우 더 두드러지게 된다.


상처가 많은 엄마가 주었던 정서적인 취약점을 딸이 극복하지 못했을 때 엄마 팔자는 딸 팔자가 된다. 이는 익숙한 불행을 선택하는 습성 때문이다. 인간은 행복한 새로운 것보다 불행한 익숙한 것에 빠지는 습성이 있다.

 


10,000개의 모녀 갈등 사례 속 특이한 공통점 ‘물고 늘어짐’ 


정신 분석 상담 전문가 박우란은 10,000번의 모녀 관계 심리 상담 속 특이한 공통점으로 ‘물고 늘어짐’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딸이 어른이 되어 연애를 하거나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할 때 엄마는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남자친구의 흠을 자꾸 찾아낸다 던지, 진로를 반대한다 던지... 

엄마는 생존을 위해서 딸을 깔고 앉는다. 이는 흔하지만 은폐되어 있는 엄마의 부정적인 속성이다. 엄마는 모르는 영역으로 딸이 들어가고자 할 때 큰 불안을 느낀다. 걱정 이라기 보다는 딸이 내가 익숙한 환경에 놓일 때 안심이 된다.

 


엄마와 딸, 슬기롭게 거리 두기 하는 법


때로 모녀 관계는 숨이 막힌다. 이 때, 한 발 떨어져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 볼 때 숨쉴 공간이 확보된다. 남의 일이다, 옆집 일이다 하고 가정했을 때 드는 생각을 통해 객관화 라는 필터를 거친 정돈된 생각과 마주할 수 있다. 


집착과 밀착은 다른 관계들의 공백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편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엄마는 상대적으로 자녀에게 가는 에너지가 적다. 모녀 각자의 심리적인 독립을 위한 노력과 함께 가족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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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여전히 딸이 어릴 적 가녀린 소녀로 느껴지곤 한다. 딸은 엄마를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커갈수록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간다. 엄마와 딸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강한 유대감으로 얽혀있다. 그러나 서로를 잘 안다는 친밀감은 안일함을 불러 오기도, 관계에 독이 되기도 한다.

 

엄마는 딸이 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 하면 안된다. ‘안전한 딸’이 아닌 ‘주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딸을 대할 때, 딸은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인격체,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지혜로운 어머니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tvN 프리한 닥터 - 프리한 닥터W EP.29

딸은 결국 엄마의 인생을 반복한다? 감정 대물림을 하지 않는 방법 | 정신 분석 상담 전문가 박우란 | 모녀 관계 엄마 심리 https://www.youtube.com/watch?v=yKjklkGw8G0

김경일 X 김지윤|관계전문가 김지윤 소장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엄마'는? 모녀관계의 해답을 담은 〈모녀의 세계〉 북토크! https://www.youtube.com/watch?v=K7NVAn7nS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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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PT_mangosteen2022-10-26 23:50:39

    부모는 평생 동안 자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슬기롭게 거리를 두는 일이 참 힘들어요. 너무 거리를 두면 행여나 서운해 하지 않을까 나의 무관심으로 자녀가 잘못된 길로 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게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 자녀가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자녀이기 때문에 내가 다 알거라는 생각은 관계에 있어서 더욱 독이 된다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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