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인간은 뭘 회피하려고 하는 걸까?

회피형 인간은 뭘 회피하려고 하는 걸까?

황세현

기사등록 2024-05-07 15:18:55

[한국심리학신문=황세현 ]

회피형 애착

‘회피형’에 관한 소소한 담론들이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흔히 이야기되는 회피형은 애착 유형 중 하나로, 가까운 사람과 형성하는 감정적 유대의 한 모습이다. 이러한 유대는 지속적이고, 일부 학자는 애착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다른 두 특정인 간에만 형성되어 두 사람이 결속되는 것이라 보기도 했다. 애착 개념을 처음 제안한 볼비(Bowlby, 1973)는 애착이 삶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형성되고,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다고 하였다.

애착관계는 사회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과 시각을 특정한 방향으로 발달시키고, 사회적 환경과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확립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애착은 또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을 향한 기본적인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회피형 애착은 어떤 유형일까. 어렸을 때 회피 애착을 형성한 성인들은, 친밀감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특징을 보인다. 그들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고, 다른 사람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깊은 관계를 맺는 데에 불편감을 느낀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힘든 상황일 때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의지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을 주로 보인다. 이는 자신과 타인 모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방어기제로서의 회피

회피형을 애착에만 한해서 볼 것은 아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방어기제로서의 회피 성향도 들 수 있다. 그에 의하면 회피는 자신이 받을 가능성이 있는 고통과 상처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사고 및 행위이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내부 또는 외부로부터의 자극, 상황, 인간관계 등을 아예 피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는 방법인 것이다.

불편한 것들로부터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이의 향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당근의 향과 비슷하다고 느껴 오이를 아예 먹으러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전적 예방의 방법이 있다. 반대로, 오이를 먹고 느낀 불쾌감의 기억으로 오이가 들어간 음식을 피하는 사후적 조치의 형식을 띨 수 있다.

회피의 종합적 개념

더 나아가 경험적 회피는 개인이 부정적으로 여기는 개인적인 경험을 회피, 억압하거나 그 형태를 변경하려는 시도이다. 개인적 경험에는 신체적 감각, 정서적 감정, 기억 등이 해당된다. 이런 경우 원치 않는 내적 경험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사건들을 기꺼이 경험하기를 꺼려하고, 그것을 통제하거나 피하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이러한 행위는 특정한 사건을 경험하지 않으려고 하는 소극적 태도에서 나오는 적극적 노력이다.

총체적으로 회피는 어떠한 상황, 관계, 환경 등에 있어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바로 직면하기보다 그 자체를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행위인 것이다. 회피하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회피가 좋은 방법일까

역사적으로 인간은 부정적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해당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긍정적인 것들로 삶을 이루도록 진화해왔다. 궁극적으로 고통과 시련이 덜한 삶을 추구함으로써 행복을 좇는 것이 인간이다. 따라서 회피는 그러한 부정적 경험을 최소화하려는 나름대로의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불행이 닥쳤을 때, 그 불행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다시 행복으로 삶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더 쉬운 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우리는 사고나 실수, 실패로부터 발전한다. 무수한 실패들을 겪지 않고서는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지 알 수 없다.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입어보지 않았던 옷이 막상 입어보니 나와 잘 어울릴 수도 있고, 나와 잘 맞을 것이라 예상했던 직업을 경험해보니 별로 맞지 않아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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