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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정의하는 '평범' - 미국의 DSM-5와 문화적 적합성 - 정신 장애 진단 시스템을 향한 도전과 질문
  • 기사등록 2022-10-21 16: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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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박소영 ]



점점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는 세상 속 미래 심리학자들은 각 나라와 문화를 얼마나 어떻게 학문과 실습에 고려해야 할지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더 다채로워질 사회 속, 우리와 같은 다음 세대 심리학자들에게 정신 장애 진단과 그에 따른 문화적 이해는 필요 이상을 넘어서 꼭 의식해두고 있어야 할 정보라고 생각한다. 1800년대 독일 심리학자, 빌헬름 분트에서 피고 자라난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동양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적용될 수 있는지, 이 과정 속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에서 심리학계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또는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는 통계 분석을 통해 정신 진단을 분류하고 정리해 놓은 도구로, 환자의 정상적, 비정상적 증상들을 판단하고 의료진 간의 소통을 돕기 위해 사용된다. 여기서, 흔히 정신 장애라고 판단되는 삶은, 환자가 가지고 있는 증상들이 통제 불가능에 이르러, 평범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때를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이 ‘평범’이라는 기준조차 각 나라와 문화마다 다른 의미를 띄어 사실상 이 통계 결과 또한 사회적 문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조현병과 같은 정신 장애가 한국에 비해(0.28%) 미국 사회에서 두 배 이상(0.7%) 보편적이라는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이 숫자가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 그리고 그로 인한 과소평가라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미국 안에서 DSM-5의 남용인지 논할 수 있다. 이처럼, 정신 장애 진단 뒤에는 환자의 증상을 얼마나 병적으로 다루는지 판단하는 사회의 힘과 의료진의 주관적인 판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꼭 알아 두어야 한다.


놀랍게도, DSM-5의 지나친 의존과 문화적 문맥의 무지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건도 있다. 특히, 에던 워터스 작가의 책, Crazy Like Us에서 이 예를 잘 나타내는데,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DSM-5가 함부로 동양인들의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었다가 본 큰 낭패를 잘 설명해준다. 대표적인 예로, 1994년 가족 간의 불화와 사회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음식을 먹기로 거부한 중국 14살 여자아이를 미국 심리학자가 DSM-5의 거식증이라고 결정지으며 다른 문화적 원인을 놓쳐 아이가 아사한 사례가 있었다. 만약, 단순한 거식증이라는 진단 외 아이가 겪고 있는 여러 고민과 근심을 들어줄 사람이 있었다면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증상의 유무가 확실하고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상처가 분명한 육체적 질환보다,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속 진단이 내려지는 정신적 질환은 실로 훨씬 더 복잡한 성향을 보인다. 분명, 정신 의학에서 단순한 증상의 유무를 보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환자를 의료적 목적으로 볼 뿐, 그들을 사람으로서 이해해주고 바라보아 주는 존중이 부족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단을 내리기에 앞서, 환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삶의 스트레스 요인이 무엇인지, 부모, 친구, 연인과의 관계가 어떠한지, 직장과 일상생활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등등, 고려해야 할 맥락과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실이 결코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과학적 증거와 기초를 의심할 동기가 아니라, 여러 학문을 통해 삶의 경계에서 홀로 서 있는 그 누군가를 손잡아줄 수 있는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학문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와 문화들을 위해 발달한 국제 질병 분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11), 와 같은 개선도 있었지만, 이 또한 완벽하지 않은 시스템 중 하나일 뿐이다. 계속된 정신 진단 기준의 한계에 다다르며, 이미 발달한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환자들의 증상을 꾸준히 질문하고, 다른 진단 방향을 제시하고, 자신의 선입견을 돌아보며 도전하는 사고가 이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동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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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https://doi.org/10.1176/appi.books.9780890425596

Chang, S.M., Cho, S.J., Jeon, H.J., Hahm, B.J., Lee, H.J., Park, J.I., & Cho, M.J. (2008). Economic Burden of Schizophrenia in South Korea.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23(2), 167-175.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526443/#:~:text=Moreover%2C%20it%20has%20been%20reported,is%200.28%25%20(3).

Rosenhan, D. L. (1973). 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 Science, 179(4070), 250–258. https://doi.org/10.1126/science.179.4070.250

Watters, E. (2010). Crazy like us: The globalization of the American psyche. Free Press.

김총기. [궁금하심]. (2021, 12월 1일). [정신건강백과사전] 정신과의사들이 사용하는 진단체계, DSM이란? [영상].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Y1NTEIwy0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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