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경
[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요소들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기도 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일들을 하거나 싫어하는 일이라도 그것을 꾹 참고 해내는 경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생'이라고 불리는, 나름대로의 세계를 형성하고 또 그것을 넓혀간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거미줄 마냥 잘 넓혀가던 나의 세계가 뚝 하고 끊어지기도 하는데, 우리는 흔히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관용적으로 표현하곤 한다.
"내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나를 지탱하던 것이 내가 평생 해오던 직업일 수도 있고, 아끼던 무언가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인 지와는 관계 없이, 내 존재 가치와 맞먹는 무언가가 사라졌을 때 우리는 상당한 허무함과 공허함 그리고 슬픔,, 이러한 것들을 넘어선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그 소용돌이가 지나쳐 가는 폭풍과 같다면 가장 좋겠지만, 때때로는 곁에 머물며 열심히 달려오던 우리를 주저 앉히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에 다시 달리는 것은 커녕,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상황과 맞닥뜨렸다. 지금까지는 내가 모든 상황을 조정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살았다.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나의 모토였고, 노력을 한 이상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는 것을 당연 시 여기며 살아왔다.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나의 노력으로 바뀌지 않은 상황과 마주친 것이다. 그 상황을 겪으며 마치 거대한 버터에 빠진 처음 빠진 개구리처럼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꼬르륵 하며 그 속에 잠겨 버리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 상황을 잘 극복해내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내가 어떻게 '버터 속에서 탈출한 개구리가 되었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내 탈출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참고하였으니, 더 자세한 방법을 알고 싶다면 그 책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버터에서 탈출하는 3가지 법칙
법칙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쉽게 말하면 당당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를 힘들게 한 상황에게 한 없이 작아진다.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취한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말이다. 마치 범죄의 피해자처럼.
모순적이게도 범죄의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특히 성범죄에서, 문제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탓을 많이 한다. 모든 잘못의 원인이 가해자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괴롭고 힘든 이유를 피해자 본인에게서 찾는다. 예컨대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이 왜 하필 그 거리를 걸어가서 그런 범죄를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하는 것에서 그런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태도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우리도 가지고 있다. '내가 조금 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내가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이런 말과 함께 과거의 자신을 탓하면서 말이다. 과거의 부족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물론 미래의 더 나은 나를 위한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도해서는 안된다. 냉정해져라. 당신이 그러했다고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100% 장담할 수 있는가? 할 수 없다면 상황이 끝난 뒤에 하는 후회는 전혀 쓸모 없는 것일 뿐이다. 고칠 점을 생각하는 것과 무한한 후회 속에 자신을 던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어깨를 피고 거만해 보일 정도로 당당한 자세를 취해라.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라.
생각보다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법칙2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아마 당신이 주저 앉아 있을 때, 그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그렇게 있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것이고, 나아가 어떻게 하면 일어설 수 있는 지 또 다시 달려나갈 수 있는 지 알려주기도 할 것이다. 바로 그런 이들과 가까이 하는 것이 바로 두 번째 법칙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즉 내가 넘어져 있을 때 모른 척 지나가거나, 나의 어려움을 비웃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들 곁에서도 묵묵히 고통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날카로운 말에 상처가 아물 새도 없이 다시 상처를 헤집고 만다. 나 역시 그랬다. 경쟁이 기본 환경 세팅이 된 한국에서, 내 주변 사람들 중 일부는 나의 아픔과 슬픔을 자신들의 기회로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성공을 배 아파 하기도 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상대를 눌러야만 올라갈 수 있는 자리라면,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을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넘어졌을 때 내가 더 나은 모습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내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굳이 내 곁에 둘 필요는 없다. 그런 이들과는 과감히 절연해야 한다. 우리는 나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이들, 아마 그런 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 일텐데, 바로 그런 이들과 어울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당신도 자연스레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은 찾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우리는 내가 선하고 건강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고 있다고 쉽게 착각한다. 내가 보는 시야가 그것 밖에 되지 않을 때 특히 그러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과, 또 내가 그들의 최고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과 어울릴 수 있을까? 내 나름의 답은 다음과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내가 당신보다 더 나은 면이 있다면, 그것을 깎아 내리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자신보다 더 나은 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말이다. 대신 이때는 나 역시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선행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나보다 더 나은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당신 역시 그것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조금 자존심 상하고 오히려 자존감이 깎여나갈 지라도, 그들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노출하고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나하나 개선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터무니 없이 이상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당신은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고, 또 그런 사람들만이 주위에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쉽게 주저 앉지도 않을 것이지만, 만약 주저 앉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잠시일 뿐 굉장히 높은 회복탄력성으로 원상복구 될 수 있을 것이다.
법칙 3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정말 쉽지 않다. 거짓말을 못하는 세상이 된 것도 아닌데, 진실을 말하면 내가 불리해지는 상황에도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또한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때 거짓말은 '나를' 향한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다. 즉 적어도 내 자신을 속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 많은 거짓말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남보다 '나 자신'을 더 많이 속이는 것 같다. 특히 감정이 그러한데, 너무 슬픈 상황인데 슬프지 않다고 하거나,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경험 상 그렇게 나를 속이는 것은 더 큰 고통을 동반할 뿐이다. 차라리 감정을 숨기지 말고 토해내라. 실컷 토해내고 나면 괜찮아 질 테니 말이다. 실제로 나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면 그냥 운다. 펑펑 울면서 해야 할 일을 한다. 울면서 공부도 하고, 울면서 글도 쓴다. 오히려 그 감정을 숨기고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하다 보면, 자꾸 그 감정이 내 머릿속을 멤 돌아 일을 진행 시키기 어렵다. 차라리 감정을 토해 내면서, 해야 할 것을 하다가 보면 언젠가 내 감정을 힘들게 했던 일은 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위의 세 가지 법칙을 새기며 나는 나의 고통을 덜어내는 시간을 보냈다. 가슴을 당당히 펴고 내 자신의 잘못에 집중하기 보다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내 감정을 숨기기 보다는 너무 버거울 때면 내 주변에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이들에게 잠시 기대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내 세상은 무너져 있고, 나는 힘든 상태다. 하지만 그 고통에 매몰되어 있기 보다는 비틀거리는 다리로 다시 나의 성을 하나 씩 쌓아 올리고 있다. 일상 속의 사소한 일들에서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말이다.
다들 나와 같은 경험이 있었을 수도, 또는 앞으로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과 마주한다면 나의 세 가지 법칙이 여러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기사
나는 오늘부터 비합리적이지만, 더 나은 내가 되겠습니다.
인용 출처
12가지 인생의 법칙. 2018.10.30. 메이븐. 조던 B. 피터슨 저자(글) · 강주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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