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The Psychology Times=정연수 ]
도대체 언제부터 우울한 사람이 이렇게 늘어난 것인가
연말이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신나게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상하게 뭔가 채워지지 아니한 허전한 느낌이 든다. 맥주 한 캔만 더 하고 잘까? 살짝 고민하다가 갑자기 귀찮은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여 씻지도 않고 그대로 거실 쇼파에 널브러져 습관처럼 휴대폰을 켜서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린다. 나 말고 다들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있을까? 갑자기 우울함이 몰려온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다.
한 매체의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의 83퍼센트가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보통의 30대는 개인과 사회 심지어는 세계에 대한 희망 수치가 너무 낮아 집단 우울증이 의심되기도 하다. 그저 ‘나’만 못 사는 것 같은 나날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고 있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우울한 사람이 많다는 분명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 기사인데도, 어쩐지 우울이라는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닌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에 은근히 안심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엔 언제부터 우울한 사람이 이렇게 증가한 것일까? 도대체 왜 현대인은 우울이라는 감정에 대해 더 잘 느끼게 된 걸까? 원래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는 우울한 존재인 것이었을까.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대학입시를 경험한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이후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늘 좁고 좁은 문을 통과하느라 타인과 경쟁하는 삶을 살아왔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고민하며 여태껏 불안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와 같은 개인화가 되어가는 사회적인 구조 역시 우울을 생산하는 원인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울이 생산되고 만연해지는 데에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인 수십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분명 이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의 탓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것들이 당신의 우울의 당위를 뒷받침해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정확하게 논리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우울’과 그 감정의 확대는 논리적인 인과관계 안에서 출현된 것만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당신이 우울증을 의심해보아야 할 때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땐 밝은 모습을 보인다. 분위기를 띄우고, 다음 만남을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헤어지고 혼자 남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그냥 계속 슬프고 공허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우울감으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신체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게 되어 학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체중에도 변화가 생긴다. 또한 불면증과 과수면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신체로 드러나는 증상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본인은 “불면증도 없고 잘 먹는데 내가 우울증이 맞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우울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보다 본인이 어떠한 생각을 자동적으로 하면서 일상생활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 속 스트레스로부터 인생에 영향을 주는 큰 사건까지,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그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그리고 그 이후에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집중해야한다. 이를 ‘자동적 사고’라고 한다. 이러한 자동적 사고의 패턴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2주 넘게 지속되고 있다면, 어떤 신호나 사건이 생겨도 그 생각의 패턴에서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면 당신은 우울증을 진지하게 한 번 의심해보는 필요가 있다.
우울증에 빠지면 공통적으로 세 가지를 잃게 된다고 한다. 첫째, 의욕이 사라진다. 둘째, 모든 것에 있어 가치를 잃게 된다. 셋째, 희망이 없어진다. 이는 무망감인데, 자신이 앞으로 더는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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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이해할 수 있다.
참고문헌
- 이가희. 아임낫파인 (2018). 팩토리나인
- 뇌 신경전달물질과 우울증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우울장애 [depressive disorde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 우울과 우울장애 (국가정신건강서비스포털 의학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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