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김예원 ]


이번 기사에서는 역사 속 인물의 삶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심리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잘 알고 존경하는 위인을 꼽을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이다. 조선이 임진왜란이라는 중차대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전에서 수많은 승리를 거둔 구국의 영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통 영웅이라 하면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강력한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영웅으로 불리기에 앞서, 한 명의 인간이었다. 아무리 전략을 잘 짜고 군사들을 훈련시키며 준비를 열심히 하였더라도, 한순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이 전장이다. 그러니 긴장이 되지 않았을 리도, 두렵지 않았을 리도 없다. 이순신 장군은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멘탈, 즉 정신을 다잡고 실전에 임할 수 있었을지 나름대로 분석해 보려고 한다.


 

 

철저한 사전 준비


이순신 장군은 전쟁이 발발하기 일 년 전부터 거북선을 만들었고, 흔히 전쟁 중에 작성된 일기로 알려진 난중일기도 실제로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임진년(1592년) 1월 1일부터 작성하였다. 이순신은 항상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살았던 인물이었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쟁 전부터 낡은 성과 무너진 해자 구덩이도 그냥 넘기지 않고 다시 쌓게 하는 등 평소 시설물 관리에도 철저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전쟁 준비에 결함이 많음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고 군사들을 군법에 따라 다스리는 등 엄격하고도 강직한 모습을 보여 준다.

 

 

기록을 통한 반추(反芻)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난중일기』이다. 난중일기는 작성자인 이순신이 7년 동안 경험한 전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전쟁 기록이자, 용맹한 영웅으로만 인식되어 온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 주는 한 인간의 일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은 기록물이다. 난중일기를 살펴보면 하루하루 있었던 일들을 서술하는 식이고, 꽤나 자주 일기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되새기게 되면, 상황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 인간의 기억력의 한계로 인해 과거에 있었던 일은 시간이 지나면 일부 망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후일에도 떠올리며 반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도, 동시대에 쓰인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도 모두 과거 조상들이 행했던 실수를 보고 잘못된 점을 깨달음으로써 후손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자신도 기록을 보며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고, 후손들에게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 주려고 기록을 남기셨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


위기 상황에서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곧바로 차리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멘탈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나쁜 운을 탓하거나, 자신의 부족한 능력이나 좋지 않은 상황만을 탓하고 있으면 변하는 것은 없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무너지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멘탈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매우 유명한 전투인 명량해전의 경우, 백의종군을 마치고 돌아온 이순신 장군에게 남은 배는 13척(왕에게 올린 장계 작성 시기 기준 12척, 후에 전라우수사 김억추의 배 1척이 추가됨)밖에 없었으나 무찔러야 할 적선은 그 열 배인 133척이나 되는 상황이었다. 나쁜 상황 탓을 하며 주저앉아 있을 시간조차 없었다. 이순신 장군은 짧은 시간 동안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고 배를 최대한 모으고, 울돌목의 지형지물과 조류를 이용한 전술을 짰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여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확실한 목표 설정


앞서 언급했듯 전쟁이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인간은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본성을 가지므로 이순신 장군에게도 역시 전투는 간절하게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본능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목전에 닥친 상황을 피하지 않고, 즉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이겨내고 적에 맞설 수 있도록 한 힘은 무엇일까. 철저한 준비나 기록, 선택과 집중도 도움은 되었겠지만 궁극적으로 그 힘은 조선의 장군으로서 이순신이 중시한 단 하나의 목표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의 최우선 목표가 바로 적을 조선에서 몰아내는 것이었다. 유명한 말인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이 말은 병법에 나오는데,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둔 정유년(1597년) 9월 15일 장수들을 모아놓고 당부할 때 한 말이다.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뜻이 잘 나타난다. 이순신 장군의 굳은 목표의식이, 나라를 지키는 장군으로서의 자아가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이기도록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확실한 목표의식은, 도중에 포기할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강한 정신력을 만들 수 있다.

 

 

각자의 삶에서 영웅이 되자


이순신 장군의 사례처럼 생사를 다투는 위급한 전쟁 상황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삶을 살면서 다양한 문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그때 당황하지 않기란 사실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 해결이라는 큰 목표 아래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차근차근 헤쳐 나가서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들도 각자 인생에서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기사

MBTI '문화' 바람직하게 즐기기

뇌(腦)고픈 사람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하겠지, 뭐

발표불안증 극복 대작전

머릿속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다고?

문득 외로움이 찾아온다면

연약한 강아지를 응원하자!

사회적 유행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

다름이 모여 시너지가 될 때

 



참고 문헌

이순신. 노승석 옮김. (2010). 난중일기. 민음사.

NAVER 정신의학신문. (2021).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604333&memberNo=23841638&vType=VERTICAL

심리 상담가 박준화 인터뷰. (2022). 멘탈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채널예스. https://ch.yes24.com/Article/View/51797

우리역사넷. 명량해전. http://contents.history.go.kr/mobile/kc/view.do?levelId=kc_i302300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5469
  • 기사등록 2023-01-24 19:23:3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