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영
[The Psychology Times=노신영 ]
Pixabay최근 넷플릭스(Netflix)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자 사이비 종교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사이비 종교의 포교를 가볍게 무시하는 반면, 그 종교에 깊이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이비 종교에 자신의 노동력과 재산을 기꺼이 가져다 바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세뇌당했다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이비의 포교 방식
Pixabay지난 1977년 존 로플랜드(John Lofland)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는 신흥 종교의 포교 방식을 관찰해 ‘월드-세이버(World-Saver) 모델’을 제시했다. 해당 모델은 교리를 기반으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설득의 방식보다는 인간의 감정에 주목한다. 첫 번째는 ‘미끼 단계’다. 이 단계의 목적은 포교 대상자와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상자가 예배, 모임 등에 참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포교를 할 때는 일대 다수보다는 일대일 대면 접촉을 선호한다. 그들은 취업상담, 설문조사, 재능 기부 등을 거론하며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그들은 신뢰감을 쌓기 위해 공통점을 형성한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든가 관심 분야가 비슷하다고 언급한다. 포교 대상자는 경계심을 풀고 상대방의 호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 예배나 모임의 종교적 성격은 부각하지 않고 친목 도모를 강조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한 번쯤은 가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낚아채 올리기 단계’다. 모임이나 예배에 참가한 포교 대상자가 다음에도 참석하도록 노력한다. 그의 어색함과 경계심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에 신자들끼리 대상자의 정보를 공유한다. 대상자가 참석하면 돌아가면서 말을 걸거나 외모나 패션을 칭찬하며 친근감을 드러낸다. 예배나 강연의 내용 또한 사랑, 봉사와 같은 일반적이고 흔한 주제로 구성한다. 모임이 끝난 후 그들은 수련회 참여를 권유한다. 대상자는 오늘처럼 다음 모임도 재미있고 편안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종교에 헌신하기까지
세 번째 ‘격리 또는 고립’ 단계에서는 포교 대상자를 외부와 고립시킨다. 격리된 사람이 기존 신자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고립되거나 격리됐을 때 불안감과 공포를 느낀다. 인간이 가장 취약해 있을 때 심리 조작이 쉬워진다. 수련회는 주의력 통제, 집단적 몰두, 정보 차단, 피로, 논리와 포괄성이라는 5개의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주의력 통제’는 대상자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프로그램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빽빽하게 계획하는 것이다. 그가 식사, 운동, 강의 등에 참여할 때 항상 단체로 움직이도록 ‘집단적 몰두’에 빠지게 한다.
‘정보 차단’은 휴대전화나 TV 등을 차단해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대개 수련회는 인적이 드물고 폐쇄적인 곳에서 진행된다. 그다음으로 대상자를 ‘피로’하게 만들어 체력적, 정신적 한계에 도달하도록 한다. 이는 자제력 소모로 이어져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 결과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 의지가 약화돼 신도들의 비논리적이고 잘못된 주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네 번째 ‘사랑’ 단계에선 대상자는 종교와 교리에 점차 빠져든다. 지속적으로 교리를 암송하고 결국 이를 인정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대상자는 종교 단체를 위해 ‘헌신’하게 된다. 종교를 위해 무보수로 일하기도 하고 새로운 구성원을 포섭하는 데 참여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것!
Pixabay외부와 단절된 폐쇄적인 공간에서 집단 압력을 받으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사이비 종교에 세뇌당하지 않기 위해선 처음부터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모임이나 예배를 권할 때 이를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만약 초기 단계에 빠져들었다면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혼자서 사이비 종교를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잘못된 교리를 교육받은 사람들을 위해 공인된 교리를 재교육해주는 상담소가 운영되고 있다. 해당 상담소는 이단 교리의 모순을 지적하고 상담을 통해 그들을 돕는다.
사이비 종교의 신자들은 체계적인 방식으로 종교에 현혹시킨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우리의 시간과 돈을 송두리째 뺏어갈 수 있다. 사이비 종교에 세뇌당하지 않도록 ‘월드-세이버(World-Saver) 모델’을 항상 기억하자.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그 사람과 종교를 멀리하고 자신의 빈틈을 보여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만약 혼자서 극복할 수 없다면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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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머니투데이] 내 아이가 신천지라면.. “너 신천지야?” 묻지 말고 조용히 오세요(2020).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370682?sid=102
김영헌. (2018). 속임수의 심리학.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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