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수
[The Psychology Times=김은수 ]
당신의 밤은 평안한가?
방학에서 다시 활기를 찾는 새 학기가 찾아오면 주로 호소하는 고민이 바로 ‘잠을 못 잤다’는 것이다. 방학 동안의 생활 패턴을 새 학기에 맞춰 적응하는 이유도 있지만, 단순히 잠이 오지 않아서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친구들도 많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Claudio_Scott님의 이미지 입니다.
우리에게 잠은 꼭 필요한 존재다.
잠은 인지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잠이 부족하다면 기억력, 의사결정 능력, 자기통제력 등이 손상된다. 이외에도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의 위험성이 있고 정신적인 면만이 아니라 신체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장기적으로 보게 되면 뇌의 크기가 줄어들어 노인성 치매나 심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 등의 신체적 질환에서도 위협받게 된다.
이렇듯 잠은 죽어서 잔다고 하루에 자야 할 잠을 무시한다면 커버린 눈덩이가 당신을 덮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하루에 권장 수면시간인 7시간을 자도록 하는 것이 좋다. 7시간이 어렵다면 적어도 5시간은 눈을 붙여 잠을 청해야 한다.
잠을 잘 자는 방법은 통상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한수면학회에서는 건강한 수면에 대한 십계명을 제시했다. 이를 요약하면 잠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한다. 잠자리에서는 잠만 자도록 하고 안락하게 조성한다. 또한, 낮잠은 피하고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카페인과 수면제, 스트레스를 피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잠이 너무 오지 않는다면 다른 일을 하다가 잠이 올 때 눕는 게 도움 된다.
그러나 수면 문제로 이 글까지 보게 된 당신이 앞서 말한 정보를 모를 리가 없다. 사실 안락한 잠자리를 조성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따뜻한 무언가를 먹으며 진정시키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수면의 비결이다.
따라서 이번엔 새로운 잠을 잘 자는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바로, 애인이다.
침대에 마음의 짐 대신 잠을 두자
<건강심리학지>(Health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서 약 두 달간 매일 배우자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정도, 기분 상태, 잠의 질 등을 측정한 결과, 사람들은 배우자에게 더 사적이고 깊은 이야기를 한 날에 그렇지 않은 날에 비해 더 빨리 잠들고 잠에 만족스러워하며, 자는 도중 덜 깨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1) 2)
이 연구 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애인의 유무가 아니다.
우리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잠에 잘 든다.
근심이 있다면 잠자리에 누워도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또는 후회로 오늘 하루의 실수를 되짚으며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다양한 곳에서 찾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며 불면증으로 병원까지 찾게 되지만, 근원적으로 마음이 불편하면 잠이 안 온다.
많은 정보에 미처 간과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건강해진다.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상대는 반드시 애인일 필요는 없다. 편한 친구에게 자기 전 머리를 무겁게 누르는 생각에 대해 털어놓을 수도 있고, 상대의 거절 혹은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에 망설여진다면 가장 가까운 비밀 친구는 일기가 된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며 답답했던 일, 속상한 일, 걱정되는 일을 적어보라. 글씨를 휘갈겨도 좋고 종이를 찢어도 괜찮다. 그저 속마음을 털어낼 수만 있다면 뭐든 다 좋다.
그렇게 한 꺼풀 덜어내게 된다면 잠이 들기 전 마음은 가벼워질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수면에 대한 고민과 강박으로 잠에 못 드는 경우 또한 많다. 그만큼 잠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잠이 오면 자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을 가져보자.
잠을 자도, 못 자도 괜찮다. 어떤 상황이든 그래도 해야 할 일을 하며 또다시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이지 않은가. 그러니 부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그대의 잠자리에 꿈이 가득한 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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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박진영 (2016),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시공사
2) Kane, H.S., Slatcher, R.B., Reynold, B.M., Repetti, R.L.,&Rolbles, T.F.(2014). Daily self-disclosure and sleep in couples. Health Psychology, 33. 813-822.
3) 노진섭, “잠 적게 자면 ‘뇌 청소’ 기능 떨어져 치매 위험 커진다.”, <시사저널>, 2023.03.26.,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9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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