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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 너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 아니야? " 


중학교 2학년 때 운동 신경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제가 단체 줄넘기에서 빠져있을 때, 반 친구 한 명이 다가와 건넨 말입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아직 까지 그 상황이 그리고 친구의 표정과 말투가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 것을 보니 제게는 꽤 깊숙한 상처였던 것 같습니다. 

다들 저처럼 친구가 무심코 내 뱉은 못된 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얻으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또는 무심결에 한 말과 행동에 친구가 지었던 표정이 자기 전에 아른거려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어른이 되어도 '사람'과 '말'에 상처를 받는 것은 아이였던 그때와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이 다른 이유는 바로 제게 '자생력'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나를 상처 입힌 날카로운 가시를 빼내고, 그 사이 여린 살을 스스로 꿰매어 흐릿한 상처로 남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는 이런 어른이 될 수 있었을까요? 




자생력있는 어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저는 제가 나름 이성적이고, 사람에게 정도 쉽게 주지 않고 상처도 쉽게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과거를 되돌아 보면, 정 때문에 울었고, 정 때문에 웃는 사람이었더라구요. 친구들이 제게 무심코 내 뱉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았고, 화를 냈고, 속상해 눈물 짓는 여린 사람이었습니다. 또 제가 친구에게 무심코 내뱉은 못된 말에 자기 전 어떻게 사과할 지 고민하는 건 일수, 상대방의 진심을 곡해했을 때는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곁에는 항상 만능 박사, 우리 엄마가 있었습니다.  

친구의 날카로운 말에 울고 있는 제게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함께 고민해 주셨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제게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알려주시며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절대 제가 고민하는 상황을 가볍게 여기시거나, 저의 감정을 무시하신 적이 없습니다.
항상 '위'에서 저를 가르치시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씀해주셨고, 
'위'에서 잘잘못을 따지시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저의 감정에 공감해주셨습니다. 

아마 이것이 바로 제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수평적 관계의 중요성



제가 교육 받은 이런 방식은 실제로 심리학에서 '수평적 교육 방식'이라고 불리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즉,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부모가 더 잘난 '위', 자식은 그보다 못한 '아래'의 존재가 아니라, 아이보다 조금 더 오래 살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한 그저 '앞'에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에 따르면 이런 관계가 되었을 때 부모와 자식 모두 정신 건강이 좋아질 뿐 아니라, 자식이 '발전'하고 '진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진화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 '위'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수직적 관계를 지속하게 되면, 아이는 영원히 영유아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해, 타인의 칭찬과 벌로만 움직이는 인간이 되어 버립니다. 즉, 인생의 중심이 타인이 되어 버리는 거죠. 스스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것은 인간의 인생을 가장 피폐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일 것입니다. 


반대로 타인을 경쟁으로만 인식하게 되기도 합니다. 나는 저 사람보다 위의 존재인지 아래의 존재인지 매번 판단하고, 그에 따라 대인 관계를 형성합니다. 그 결과 진정한 친구와 가족을 만들 수 없게 됩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과 경쟁하는 대상일 뿐이지, 함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삶을 너무 고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좋은 사회가 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나 자신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힘 역시 필요합니다. 언제나 부정적인 선글라스를 쓴 사람은 아무리 밝은 빛이 비추는 세상이라고 해도, 어둡게 보일 뿐이니까요.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햇빛이 비추는 밝은 세상에 살게 해주는 첫 걸음이 바로 수평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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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기시미 이치로, 박재현 번역. 살림. 1999
남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을 때 우리는 편안해 진다. 함께 만드는 미래. 네이버 블로그 육아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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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17 07: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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