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
[The Psychology Times=조수아 ]
현대인의 하루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아침이면 울리는 휴대전화의 알람을 끄며 일어나고, 텔레비전 혹은 모바일 포털사이트를 통해 지난날의 이슈를 살펴본다. 출근, 등교를 하며 음악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고, 컴퓨터와 태블릿을 활용해 업무를 진행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OTT 서비스 혹은 유튜브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디지털미디어 시대 속에서 인류는 0과 1로 둘러싸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유튜브, OTT 서비스 등의 등장으로 기존의 것들, 과거의 것들은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되어 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불어온 아날로그 열풍이 보여주듯, 과거의 것들은 여전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소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LP와 필름 카메라이다.
무형(無形)의 시대 속 유형(有形)의 것들의 가치
그렇다면, 왜 이러한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이는 과거의 추억과 향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LP 소비자들 중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LP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전용 턴테이블이 없음에도 단지 ‘소장’을 위해 LP를 구매하여 모으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름 카메라 또한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고, 필름을 다 쓰면 다시 구매해야 함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미디어 시대 속에서 우리는 화면에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터치 몇 번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당장 결과물을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촬영할 수도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LP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과 그것을 모은다는 것,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귀찮은 과정이 동반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LP와 필름 카메라가 현대인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정성’을 들여 ‘소장’한다는 것에 있다.
LP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곡이 담긴 LP를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서 구매해야 하고 깨지거나 흠집이 생기지 않게 꾸준히 관리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필름 카메라의 경우는 당장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고 촬영 가능한 필름의 개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욱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상소에 찾아가 현상이 되길 기다려야 하며, 오랜 기다림 끝에야 비로소 사진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성’과 ‘소장’에 있다. 이 두 가지가 이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정성을 쏟은 것들에는 그만한 애착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된 것들은 내가 ‘소유’한 ‘나만의 것’이 된다.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어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나만의 것, 즉 내 눈앞에 ‘직접 만져지는 것’을 통해 마음속 공허를 채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아날로그적인 것들은 터치 몇 번으로 이용할 수 있는 ‘흔한’ 존재가 아닌 내가 직접 ‘정성’을 들여 ‘소장’할 수 있는, ‘무형(無形)’이 아닌 나만이 보고 만질 수 있는 ‘유형(有形)’의 존재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의 마음속 빈 곳을 채워주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기존의 것, 과거의 것,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들은 발전된 기술에 의해 대체되고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LP와 필름 카메라의 인기를 보면 알 수 있듯,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를 담고 있는 것들로부터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만지고 나만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찾는다. 때문에 과거를 담고 있는 이러한 아날로그적인 것들은 앞으로도 도태되거나 대체되기보다는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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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스타트업 스토리 플랫폼 '플라텀(Platum)'. (2017). https://platum.kr/archives/9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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