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연
[The Psychology Times=이해연 ]
사진 출처 : 김수용 인스타그램
‘인생네컷’, ‘포토이즘’, ‘하루필름’ 등 다채로운 이름을 가진 사진 부스가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다. 반짝 유행으로 그칠 줄 알았던 시기를 지나 사진 부스는 어느덧 일상적인 재미로, 순간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어엿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각종 SNS에는 사진 부스에서 촬영한 결과물들이 심심찮게 업로드되고 다양한 필름과 효과를 지닌 사진 부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사진 부스의 유행은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 부스 이전에는 ‘스티커 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스티커 사진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사진 부스가 다시금 큰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인생네컷’ 등 즉석 사진 촬영 기계의 인기에는 그 순간의 즐거운 감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이를 바로 출력해서 공유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라고 말한다. 사진 부스의 시스템은 단순하다. 사진을 찍으면, 결과물이 곧바로 완성된다. 나 역시 사진 부스를 애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물성을 띠는 결과물을 사진관의 시스템과는 달리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어서이다. 사진 부스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건 COVID-19가 한창이던 시기이기도 했다. 선행된 연구들을 살피다 보면 COVID-19가 대유행하며 즉각적인 보상을 얻기 위한 소비자들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COVID-19로 인해 생겨난 미래의 불확실성은 미래를 지향하는 개인에게 큰 위협 정서를 형성했다. 그렇게 형성된 위협 정서는 소비자의 인지 처리와 관련된 전두엽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존의 소비 개념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소비’ 개념이 생겨나는데, 이때의 ‘소비’란 위협에서의 탈피와 일상에서의 자유, 그리고 생존을 유지하고자 하는 위협의 또 다른 대응 방식 따위를 일컫는다. 소비자들은 COVID-19로 인해 비롯된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욕구와 위안으로써 즉각 보상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결과물을 곧바로 얻을 수 있는 ‘사진 부스’의 대유행은 COVID-19의 대유행에 처했던 소비자들의 심리와도 맞닿아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사진 부스는 젊은 층인 MZ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에 의하면, MZ 세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얻게 될 보상보다 현재, 지금을 중요시하는 세대이다. 70~80대의 기성세대는 눈부신 경제 발전의 시기를 장기간 경험한 결과, ‘하면 된다’라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기에 생겨난 일종의 믿음인 셈이다. 그러나 저성장의 지속을 경험하고 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먼 미래의 불분명한 보상보다 확실한 현재와 분명한 약속으로 보상받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러니 젊은 세대에게 있어 사진을 찍는 일이란 어쩌면, ‘비관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즐거움을 좇는 행위’라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즉각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사례는 비단 사진 부스뿐만이 아니다. 우리와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즉각적인 쾌락과 기쁨,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우리는 즉각적인 보상이 언제나 이로운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만 한다. 건강하고 올바른 만족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보상에 대한 지연이 필요하다. 보상에 대한 지연은 미래의 자아와도 긴밀한 연결성을 지닌다. 가령 미래에 얻게 될 또 다른 보상을 위해 스마트폰은 내려두고 펜을 들기를 선택하는 행위 따위 같은 것들 말이다. 자꾸만 비관으로 우리를 내모는 세상일지라도, 별다르고 특별한 낙이 없는 삶일지라도 우리만의 즐거움이 가까운 곳에 늘 있기를 바란다. 다만 플래시가 터지는 한순간만 반짝이는 삶이 아니기를, 빛없는 곳에서조차 길고 긴 즐거움을 내내 누릴 수 있는 삶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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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朝鮮日報[Website],(2023),『화환은 이제 옛말… 결혼식장까지 접수한 ‘인생 네컷’ 대체 뭐길래?』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12/31/7JVTUD6GBBDGPMGJO4YWU4EWSI/
2. DBR동아비즈니스리뷰[Website], (2021), 『“불확실한 미래 보상보다 현재가 중요” MZ세대는 투명한 소통을 원한다』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1/article_no/10063/ac/magazine
3. 윤미령, 최한나, 이은주, (2021), 『COVID-19 위협이 즉각보상 추구 행동에 미치는 신경심리학 연구』,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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