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서
[The Psychology Times=양현서 ]
삶의 모든 순간에는 굴곡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오르막길을 마주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시점에 튀어나온 장애물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도, 어쩌면 지금도 갑작스레 마주한 삶의 굴곡에서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는 중일지도 모른다. 과실을 범한 뒤의 대처법은 저마다 다르겠으나, 조그만 실수 하나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에게 위로라는 당근을 주기보다는 채찍을 택한다. 그러나 과연 가혹하고 냉정한 채찍질만이 정답이라 할 수 있을까?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할 방법은 없는 걸까? 이번 기사에서는 자신을 돌보는 방법인 ‘자기연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자기연민이란?
자기연민(self-compassion)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연민이란 주변의 고통을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생스러운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을 말한다. 또한 여기서 멈추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줄이려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연민의 감정이 스스로를 향할 때, 우리는 이를 ‘자기연민’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연민의 태도로 대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수립할 경우, 자신의 실수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대신 보다 관대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나만큼은 자신에게 충직하고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자기연민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3요소에는 자기친절, 보편적 인간성, 마음챙김이 있다. 첫 번째 요인인 자기친절은 승패에 대응하는 심적 반응을 의미한다. 삶 속 실패의 순간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보듬어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보편적 인간성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음을 받아들여야 함을 인식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친절이란 자신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친절의 태도를 충분히 확립할 때,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객관적으로 의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감정이 촉발된 원인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삶이 힘들수록 자기연민 키워야
자신에게 관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실수를 범한 채 허허실실 웃어넘기기에는 모든 순간이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모든 실수와 고통의 원인으로 자신을 지목한다. 이렇듯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내밀며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하는 태도를 ‘자기비판’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비판적 태도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자신을 지나치게 구석으로 몰고 가면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이는 곧 목표 달성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삶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적절히 자기연민의 태도를 겸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자기연민의 태도가 ‘바보들이나 가지고 있는 나약함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신을 몰아세우는 대신 조금 더 관대함을 베풀자는 것인데, 이를 단순히 ‘나약한 징징거림’으로 왜곡된 해석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자기연민에 지나치게 오래 빠져있을 경우 자신이 특별하다는 의식에 사로잡힐 수 있다. 또한 모든 실수를 아무런 교훈 없이 넘겨버리며 성장을 이룩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매 순간 자신을 저울질하며 하나하나 평가하는 현대인들에게, 조금의 관대함을 가지는 것을 해가 된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자기비판과 자기연민의 태도를 적절히 안배해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우리는 보다 열린 마음으로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지난기사
(참고문헌)
김혜인. (2021). 청소년 자기연민의 유형. 아주대학교
김정호. (2023). 자기자비와 자기연민. 한국건강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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