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빈
[The Psychology Times=이예빈 ]
"헐! 인생 망했다"
"아 나 이번에 시험 진짜 망했다"
살다보면 '망했다'라는 말을 상당히 많이 한다.
시험을 평소보다 못볼 때도 있고, 계획했던 일이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데 사실 막상 들여다보면 정말 '망했다'라고 볼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망한 순간들이 별 거 아니게 되고, 심지어 까먹어 버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긴장되거나 불안하고 초조한 순간이 닥치면 왜 부정적인 표현을 남발할까? 오늘은 그 이면에 담긴 심리를 탐구해보도록 하자!
파국이다! 이젠 다 끝났어 : 파국화 반응이란?
"파국이다" 라는 말은 말 그대로 일이 잘못되어 끝장난 경우를 말한다. 유명한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이기도 하다. 파국화 반응이란 바로 '이젠 다 끝났어"라는 반응이다. 우리가 흔히 뭐만 하면 '망했다'라고 하는 반응과 똑같다. 이는 조금만 상황이 위태로워지면 바로 부정적인 자극을 받거나 비극적 상황 (예를 들어서 죽음, 파산)을 떠올리는 증세이다. 그 이유는 더 이상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이성을 마비 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국화 반응'이 왜 문제가 될까? '망했다'라는 말도 함부로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좌절과 포기에 조금 더 닿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다. 극단적으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시험을 보기 전 갑자기 배가 아프고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제 난 끝장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곧이어 '이번 시험 망치겠네, 이번에 A+은 물건너갔다'라는 생각과 함께 '부모님이 실망하시겠지, 내가 열심히 안했다고 생각하시겠지, 아무도 내 말을 안믿겠지, 어차피 못볼 거 그냥 대충 봐야겠다, 나는 외톨이야.'라는 반응까지로 이어진다.
누구나 당연히 긴장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당황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 파국화 반응까지 더해지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해버린다. 시험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파국이야'를 외치고 있다. 시험을 못볼 걸 알기 때문에 미리 좌절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실은 '좌절' 즉, '망했네, 파국이야!'를 먼저 외쳤기 때문에 시험을 못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미리 좌절하는 습관은 금물! 왜 미리 좌절하려고 하는가?
좌절은 인간에게 있어서 당연하게 찾아오는 감정이다.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 때 좌절하는 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결과가 초래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좌절하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다. 미리 좌절하기에는 당신의 감정과 에너지가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파국화 반응도 어찌보면 미리 좌절하는 습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파국화 반응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근본적인 불안감'을 알아야 한다.
다음 상황을 가정해보도록 하자. 당신은 이번 시험을 잘 보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시험을 잘 보지 못하면 성적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사람들이 보기에 이번 시험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아이로 볼 것이다. 평판이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쉬는 것도 노는 것도 눈치 보면서 하게 되고 평생 수험생으로만 지낼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다음엔? 친구들이 떠날 것이고 부모님도 떠날 것이고 우울증이 올 것이다.
위 상황을 보니 상황 속의 주인공은 '인정 욕구'가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신의 가치가 오직 '성적'으로만 연결되는 것으로 보고있다. 성적이 오르면 자신의 가치도 올라가고, 떨어지면 자신의 가치도 그와 비례하여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또한 타인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인간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이렇게 자신이 진정 무엇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는지 '근본적인 불안감'을 따져보면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결 가능한 불안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해결 가능하면 앞으로 내가 풀어가면 되는거고, 해결 불가능한거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알면 된다.
따라서 '미리' 포기하면 안된다. 벌어진 상황과 결과에 대한 포기는 타당하지만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미리 포기하고 좌절하는 건 금물!
그동안 미리 좌절하느라 힘들었겠다. 고생했었네.
우선, 근본적인 불안감을 알기 전에 그동안 수고한 당신을 위로해주고 싶다. 솔직히 그 누구도 좌절을 원해서 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동안 당신이 '미리 불안해하는 습관'으로 인해 좌절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순간들을 겪었던 스스로에게 그 누구보다 미안해하고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 그리고 나서 본인 스스로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사람들이 떠나는 거구나', '똑똑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거구나',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거구나...' 등등 당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보면 사람들이 떠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자기관리를 할 것이며, 똑똑한 사람으로 늘 비춰지기 위해 어떤 스펙을 쌓을 것이며, 인정받기 위해서 어떤 직업을 갖을 것인지 대책을 고안해낼 수는 있다.
물론 이런 외부적 요인에 의한 행동 변화가 잠시 긍정적인 대책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대책들이 '자신' 을 위한 것으로 점점 포커싱 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잘 보이려 시작한 스펙 쌓기가 결국은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일로 점차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나' 스스로와 친해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나 자신이 해낼 것임을 믿고 미리 좌절하기 보다는 아주 조금의 희망을 갖고 나아가다 보자. 아닌 것 같으면 돌아오면 되고 틀린 것 같으면 중단하면 그만이니. 미리 좌절하는 건 금물!
그래도 당신, 그동안 미리 좌절하느라 힘들었겠다. 고생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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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윤홍균.자존감수업. 2016. 심플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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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심꾸미 7기로 활동하고 있는 이예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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