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은
[The Psychology Times=성지은 ]
pixabay
심꾸미 활동하면서 “격세지감”이라는 말을 몸소 체험했다. 운 좋게 좋은 대학교 선배를 만나서 글쓰기를 배운 지 약 2년 차에 심꾸미 기자로 합격했기 때문이었다. 문장의 마무리도 제대로 짓지 못해서 혼나던 내가 어느덧 심꾸미 기자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은 스스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변화였다. 하지만 행복의 이면에는 내가 가진 글 실력에 비해 너무 높은 자리를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얼마 안 가 곧 현실이 되었다.
지금껏 칼럼을 써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을 쉽게 잡지 못했고, 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각의 자유를 묶어놓는 듯했다. 그래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첫 기사를 쓰던 과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다문화 가정의 화목’이라는 다소 독특한 주제를 택해서 내용을 수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표현을 찾기 위해서 20편 이상의 기사를 찾는 등 노력했다.
또, 글쓰기 실력 향상과 심리학에 대한 고찰을 높이기 위해서 시작했던 포부와는 다르게, 기사를 쓰는 회차가 점점 쌓여갈수록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담당자님의 글 수정 요구로 업로드가 늦게 올라가면서 자신감을 잃고,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급하게 토익 시험을 준비해야 해서 기사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점점 모든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약간의 오기를 가지고 꾸역꾸역 버텨보기로 했다. ‘글을 어떻게 써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흥미 있어 할 만한 주제를 찾자’ 등의 고민을 하면서 기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기사, 칼럼을 분석하면서 글의 짜임새와 표현에 대해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 흥미 있는 주제를 찾기 위해 웹툰, 뉴스, 드라마 등에 나온 것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현상과 행동을 분석하고, 관련 용어를 찾아보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시도와 노력 끝에 초반에는 스스로 보기 힘든 글도 몇 개 있는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도와 성취감이 올라가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 때려치우자”라는 말을 입에 달면서도 끝까지 심꾸미를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99%에서 포기하지 않기”라는 말 때문이다. 어릴 적 달리기할 때, 결승선이 코앞에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아직 결승선을 넘지 않아서 몇 등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꼭 속도를 줄여서 1~2등 정도 늦게 결승선을 밟았다. 결승선이 보이는 순간 저 선을 넘을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몸의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이게 달리기에서만 적용되면 얼마나 좋았을까? 삶에서도 결승선을 쉽게 넘지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정도면 충분하지, 더 달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을 보면서 열등감을 삭히기 위해 그런 태도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해 결승선을 넘지 않으면 세상은 그 무엇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게 성적이든, 배움이든, 인간관계든 결승선을 넘기 위해 마음을 다해서 고군분투해야만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승선 너머에는 현재에 안주했을 때, 절대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눈에 선명히 보이는 노력의 결과물과 타인으로부터 수고했다는 따뜻한 눈동자를 보는 것은 또 다른 결승선을 밟기 위한 의욕을 불타오르게 했다.
이런 의미에서 심꾸미 활동을 무사히 마치는 것은 나에게 큰 도전이자 결승선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글을 못쓰는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자신을 갈아 먹는 것 같았으나, 결국 결핍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서 심리학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애매하게 정의되는 것을 꽤나 과학적으로 밝혀서 심리학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반복되는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한국 심리학신문을 보고 이 매력에 매료되어서 앞으로 대한민국 심리학이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는 바람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좋은 기회를 가지고 기자로 활동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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