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The Psychology Times=박지연 ]
‘내 아이는 괜찮을 거야.’, ‘조금 느린 거지 장애는 아닐 거야.’
정상적인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자녀를 두고 많은 부모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마냥 이렇게 ‘언젠가는 하겠지,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를 위하는 것도, 부모 자신을 위하는 것도 아니다. 장차 세상을 살아갈 아이의 미래를 더욱 힘들게 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빠른 진단이 중요한 이유
영유아기(0세~만 5세)는 인간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소위 ‘결정적 시기’라고 불릴 만큼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모두에게 인지, 사회성, 언어 등의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특히 급속도로 발달이 이루어지는 이 시기에 나타나는 장애 위험이나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신호 등은 향후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장애 위험이 있거나 장애를 가진 아동은 생애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조기개입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문제들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빠른 발견, 빠른 치료’ 라는 말이 있듯이 발달 상의 차이나 이상행동 등을 발견하면 전문가로부터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장애로 인한 문제의 심화, 2차적인 장애 발생 등으로 인해 아동의 예후는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장애 진단 망설이는 이유
누구보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가 정작 아이의 상태를 알기 위한 진단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상징후의 두려움과 답답함 때문이다. 자녀가 보이는 이상행동에 대해 인지했음에도 ‘크는 속도가 다 다르니까.’, ‘언젠가는 하겠지.’라며 아이의 증상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자녀의 이상행동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이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 아이는 다르다.’는 생각이 부모로부터 두려움을 유발한다. 또한 또래 아이와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현저하게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초조함 역시 부모가 자녀의 장애 진단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분명 어린이집에 가면 뭔가 변화가 있어야 되는데 왜 안되는 건지 그저 답답하고 초조할 뿐 장애 진단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전문가의 진단을 미루고 지인에게 물어보거나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아이의 진단을 늦추는 경우가 많다.
둘째, 장애인의 부모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소중한 자녀가 장애 진단을 받는 것이 부모 자신의 탓이라는 죄책감과 진단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부모를 짓누른다. ‘내가 양육을 잘못해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된 걸까?’,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면 괜찮아 질 것 같은데 굳이 진단을 받아야 하나?’가 장애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가 진단을 미루며 했던 생각들이다(고은주, 2023). 게다가 만약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면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도 부모를 힘들게 한다. 병원 진료나 치료, 양육태도 등은 물론이고 취학과 같은 여러 문제들을 부모로서 잘 해결해 갈 수 있을지가 엄청난 두려움과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 아이가 소중하다면 최대한 빨리
자녀가 장애 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부모가 느끼는 감정은 소중한 사람의 죽음, 말기 암 환자가 생을 정리하는 과정과 비교될 정도로 매우 고통스럽다. 충격, 정서적 혼란을 거쳐 적응 및 수용 단계에 이르기까지 부모는 엄청난 심리적 부담과 고통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이러한 부모의 심리를 설명하는 이론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만 봐도 자녀의 장애 진단을 결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빠른 진단과 빠른 치료가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이를 잘 관찰하고 이상 증상이 보인다면 신속하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필자의 한마디
필자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렇기에 장애 진단을 망설이는 부모의 심리에 대한 글을 쓰며 많은 생각을 했다. 자녀의 탄생으로 행복했던 부모가 장애 진단을 결정하고 이를 수용하기까지 겪는 심리적 고통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에서 오는 고통과 같다는 것이 가장 가슴 아팠다.
심리학자 Barsch, R.H는 ‘장애아의 부모가 되기를 미리 준비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빠른 진단과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과정 중 가장 힘든 사람은 자녀가 아닌 부모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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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고은주. (2023). 발달지체유아 자녀의 장애진단과정에 나타난 부모의 심리-정서적 경험에 관한 질적사례연구 (석사학위, 단국대학교 특수교육대학원). KERIS.
김경민, 이미숙 & 노진아. (2015). 장애위험유아의 장애 진단에 관한 어머니의 경험. 특수아동교육연구, 15(1), 375-387.
김신. (2008).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심리. 대한장애인치과학회지, 4(2), 69.
조윤경. (2013). 만 3세 미만 장애 영아 부모를 통해 본 장애 발견과 진단 및 조기개입 연계과정과 지원요구. 보건사회연구, 33(1), 301.
심재민. (2021년09월05일)/ [JOB인터뷰] 창원 자은언어심리센터 이신호 센터장, “아이의 성향과 환경에 맞는 효율적 방법 제시”. 시선뉴스. [JOB인터뷰] 창원 자은언어심리센터 이신호 센터장, “아이의 성향과 환경에 맞는 효율적 방법 제시” < 이슈돋보기 < 투데이뉴스 < 기사본문 - 시선뉴스 (sisunnews.co.k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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