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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시은 ]


공포는 인간이 지닌 정서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정서입니다. 공포로 인해 유기체는 위험한 자극을 감지하고,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만약 우리가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생존확률은 현저히 낮아질 것입니다.


고통은 몸이나 마음의 아픔을 이르는 것으로 만약 우리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상처가 났을 때, 사고가 났을 때 고통을 호소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아마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 어디가 아픈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마음의 아픔 또한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은 성장합니다.


공포는 고통을 야기할 수 있고 고통은 공포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감정들은 공통적으로 느끼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감정이고 그래서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순 없는 본능적인 감정입니다. 하지만 공포와 고통은 우리가 잠재적인 위험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학습함으로써 지금까지 유기체의 생존에 필수적으로 작용해왔습니다. 선천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일부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명이 위독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영화<인사이드아웃>



이처럼 우리가 가진 고유한 감정의 특성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유기체를 보호하고 보존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인사이드아웃>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렇게 총 다섯 가지 감정들이 주인공의 머릿속 ‘감정 제어 본부’에 속해 있다는 설정을 가집니다. 주인공의 머리 안에서 감정들은 서로 조율하여 주인공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감정 ‘기쁨’이는 주인공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선 주인공의 핵심 기억이 모두 기쁨으로 가득 차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말을 하고 울기만 하는 감정 ‘슬픔’이는 주인공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슬픈 핵심 기억은 있어선 안 된다며 맹목적인 기쁨만을 추구합니다. 기쁨이는 다른 감정들 중 특히 슬픔이라는 감정의 기능을 간과하게 됩니다. 기쁨이에 의해 행복하기만 했던 주인공의 일상이 이사, 전학과 같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방황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갈등을 겪기 시작합니다. 결국 감정 제어 본부의 컨트롤이 망가지며 주인공은 가출을 감행하고 이 극적인 상황을 해결한 건 다름 아닌 슬픔이었습니다. 사춘기적 갈등을 겪은 소녀는 슬픔이에 의해 난생처음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핵심 기억을 탄생시키며 부모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마음껏 기뻐하고, 마음껏 슬퍼하기



결국 다양한 감정들의 협업, 복합적인 감정이 개인 유기체를 구성하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감정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이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핵심 기억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내면이 더 풍부해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슬픔 없이는 기쁨이라는 것도 알 수 없고 당연히 ‘소심, 버럭, 까칠’이라는 감정 모두 그 자체로 가치롭습니다. 

인간은 모든 감정이 건강하게 기능해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나 자신이 한없이 못나 보이고 미워지더라도 그 모습 역시 나의 모습입니다. 긍정적인 감정들이 유기체에 유리한 기능을 하는 것처럼 공포와 고통,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도 충분히 느끼고 적절히 활용하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남기고 기억하기 위해선 잘 슬퍼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된 유기체입니다. 마음껏 기뻐하고, 마음껏 슬퍼해도 괜찮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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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동오, 이연경, 최준식. 2006. 공포의 생성과 소멸: 파블로프 공포 조건화의 뇌회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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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05 06: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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