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The Psychology Times=서진원 ]
Photo-Illustration: Joe Darrow for New York Magazine.
‘탑스타 부부의 2세’, ‘셀럽 자녀의 행보’.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 키워드에 이끌려 관련 기사를 클릭해 보았을 것이다. 셀럽들의 그사세, 유명 연예인들과 그들의 자녀의 삶이란 언제나 연예계의 핫한 관심사 중 하나다. 부모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셀럽의 자녀 중 부모와 같은 유명인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말부터 미국에서는 유명인의 자녀로 태어나 부모와 같은 연예인의 삶을 사는 ‘연예계 금수저’를 부르는 새로운 말이 탄생했다. 바로, ‘네포 베이비(Nepo baby)’. 이는 족벌주의를 뜻하는 Nepotism와 baby를 합친 말이다. 네포 베이비는 유명한 부모의 혜택을 보는 자녀를 이르는 말로,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Lily rose depp / Elle
네포 베이비의 대표적인 예로, 유명 배우 부모의 자녀로 태어난 릴리 로즈 뎁(Lily rose depp)이 있다.
2022년 11월 16일, Elle(엘르) 잡지 인터뷰에서 릴리 로즈 뎁은 네포 베이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네포 베이비가 아니고, 트레이닝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발언은 매우 큰 논란이 되었다. 릴리 로즈 뎁은 어렸을 때부터 유명인의 자녀로 이름을 알렸고, 모델을 하기엔 160cm의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명품 브랜드의 모델이 되어 활동하였기 때문이다. 이 발언에 대해 다른 동료 모델이 밑바닥부터 시작한 모델들의 삶과 비교하며 비판적인 글을 남겼다.
유명세, 명성이 수명인 연예계에서 스타의 자녀라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이 쏠린다. 릴리 로즈 뎁이 평범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 정말 오로지 실력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일까? 부모와 집안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들의 판단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릴리 로즈 뎁이 자신을 알릴 수 있었던 기반이 스타 부모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The Kardashian / 디즈니플러스 포스터릴리 로즈 뎁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스타 가족이라고 하면 ‘카다시안 가족'이 가장 대표적이다.
카다시안 가족은 모두가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이자, ‘이슈 메이커’ 그 자체인 셀럽이다.
카다시안 가족 중 ‘킴 카다시안’, ‘카일리 제너’는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 중, 현재 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켄달 제너’의 인터뷰가 논란이 되었다. 켄달 제너는 ‘가족 리얼리티쇼와 플랫폼을 이용해 모델이 되기 위해 마땅히 노력해야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는 사람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켄달 제너는 자신은 모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며, 오히려 에이전시는 리얼리티쇼에 나온 자신을 캐스팅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물론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패션계에서 명성 있는 어머니와 언니의 영향은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루었다는 생각은 대중들의 반감을 살만하다.
Kendall Jenner / Hayu, Yutube 캡쳐이렇게 특정 분야에서 특권을 가진 사람들 중, 자신이 특권을 누린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내성 착각’이라고 한다. 내성 착각은 자신에 대해 다 알고 있으며, 자기평가 시 스스로에 대한 통찰 비중을 과다하게 높이는 현상을 말한다. 릴리 로즈 뎁, 켄달 제너 모두 ‘내성 착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할리우드에 네포 베이비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많고, 부모로 인한 유명세와 기회를 그대로 물려받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연예계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습과 대물림, 이는 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고, 그들의 권력을 대대손손 독식하기 위해 점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패착을 낳았다. 역사 속에서 세습과 대물림은 공정한 기회와 분배를 주장하는 혁명을 만들기도 했다.
Pixabay이러한 세습과 대물림에 반해 나오게 된 것이 ‘능력주의’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자신의 능력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것이다. 오랜 기간의 세습으로 특정 계층만 특권을 누리는 것에 비해 능력주의는 비교적 이상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성 착각’은 오히려 능력주의가 지배적인 사회의 특권자에게서 발생하는 것이다.
능력주의에는 4개의 단계가 있다.
• 1단계 : 귀족주의에 반하는 능력주의 • 2단계 : 교육과 시험평가에 의한 능력주의 • 3단계 : 교육 세습의 영향을 받는 능력주의 • 4단계 : 임금 격차와 빈부격차를 정당화하는 능력주의 |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능력주의는 3, 4단계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교육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능력의 지표가 주로 학벌, 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SKY 캐슬 / Youtube 캡쳐드라마 ‘SKY 캐슬’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SKY 캐슬은 ‘능력주의’ 사회이며 부모들은 사회적 지위를 당연히 누려야 한다는 ‘내성 착각’을 가진 상위계층이고, 그들의 자녀는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네포 베이비’들이다.
드라마 속 ‘네포 베이비’인 ‘예서’는 전교 1등이기 때문에 서울대 의대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며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서도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수 백만원의 입시 코디와 과외의 영향도 크지 않았을까? 다른 학생이 예서와 같은 환경에서 공부를 했다면, 전교 1등은 예서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Pixabay사람들이 ‘네포 베이비’를 안 좋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데, 자신의 유리한 환경은 배제한 채 자신 능력과 노력만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 능력을 증명한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기만하는 것이다. 연예계 ‘네포 베이비’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자랐음을 인지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만을 항상 경계해야 대중들에게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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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준만.왜 부모를 잘 둔 것도 능력이 되었나?: '능력주의 커뮤니케이션'의 심리적 기제.사회과학연구 v.55 no.2 , 2016년, pp.319 - 355
'네포 베이비'에 대한 릴리-로즈 뎁의 진심. Vogue. (2023). https://www.vogue.co.kr/2023/02/21/%EB%84%A4%ED%8F%AC-%EB%B2%A0%EC%9D%B4%EB%B9%84%EC%97%90-%EB%8C%80%ED%95%9C-%EB%A6%B4%EB%A6%AC-%EB%A1%9C%EC%A6%88-%EB%8E%81%EC%9D%98-%EC%A7%84%EC%8B%AC/.
Lily-Rose Depp is an idal rising. ELLE. (2022). https://www.elle.com/culture/celebrities/a41894075/0125-0141-an-idol-rising-december-2022/
Kendall Jenner Talks All about Modeling & Love Life. Youtube.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srRRa3hLfOI&t=13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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