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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번아웃 - 한중일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에라, 모르겠다' 현상
  • 기사등록 2023-10-25 01:43:03
  • 기사수정 2023-10-25 0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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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소현 ]

https://www.news2day.co.kr/138074_뉴스투데이 

다이어터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입터짐”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먹고 싶은 음식을 꾹꾹 참다 한입 맛보았을 때, 이내 이성을 잃고 고칼로리의 음식을 폭식하고마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입터짐을 경험한 많은 다이어터들은, 그동안 잘 지켜왔던 식단과, 꾸준히 병행해 왔던 운동을 아예 포기해버린다. 흔한 현상이다 보니, 심지어 이를 가리키는 ‘에라 모르겠다 효과(What the hell effect)’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중일 국가 청년들의 '에라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효과’는 비단 우리나라 청년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도전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현재 주어진 삶에 안주하여 살아갈 뿐인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국가의 청년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만큼, 국가마다 이들을 칭하는 용어도 따로 존재한다. 한국의 N포족과 니트족, 중국의 탕핑족, 그리고 일본의 사토리족이 바로 위의 ‘에라 모르겠다’ 청년들을 가리키는 표현들이다. 이들을 통칭 저 욕망 세대라고도 하는데, 무엇이 전 세계 청년들을 저 욕망, 무기력의 길을 걷게 만든 것일까?



무엇이 청년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청년들이 처음부터 저 욕망족을 자처한 것은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저론을 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엘리트 세습⟫ 등 부모의 재력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들이 인기를 얻으며 해당 개념에 찬성하는 사람은 지금도 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의 유행은 많은 국가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상위 1%계급과 그 외 계급들. 그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불공평한 사회에서 많은 열정과 패기를 장착하고 시도했던 청년들의 노력이 좌절당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NS의 발달은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게 했다. 그들은 휴대폰을 보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없겠지?” 등의 비관적인 태도로 ‘에라 모르겠다’를 시전한다. 많은 청년이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는 것인데, 반복된 노력의 좌절로 극복 에너지가 소실되어 자포자기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 


이와 같은 저 욕망 세대 청년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모든 국가가 대동소이하다. 경제 활동의 주축이 되는 청년들이 생산 활동을 하지 않으니, 이들이 노동 시장과 사회에 가져오는 각종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왜 이러한 삶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에 접근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청년들의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방어기제로 나타나는 ‘에라 모르겠다’ 움직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대책은?


일본에서는 사토리족들이 소극적인 반항을 경기침체 원인 중의 하나로 보고,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늘어가고 있다. 2019년에는 사토리족을 주제로한 드라마 ‘내 이야기는 길어’를 방영하면서 일본 국민들에게 저 욕망 청년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기도 했다. 해당 드라마 안에는 당연히 사토리족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품고 있는 누나 역할도 등장한다. 하지만 왜 주인공이 모든 열정을 잃었는지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냈고, 아침에 가족들에게 내려주는 드립 커피에 고마움을 꼭 표하는 등 주인공이 작은 성취감을 느껴 ‘영구정지’가 아닌 ‘일시 정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으로 드라마를 채워 호평을 받았다.


청년들에게 실패학을 가르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패학이란 실패라는 것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것을 교수하는 학문이다. 일본의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 미국의 FailCon이라는 컨퍼런스 덕분에 이 실패학이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실패와 성공에 대한 역발상이 보편화 된다면 청년들도 인생의 찰나에 마주한 실패 앞에 무릎 꿇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또 잠시 동력을 잃어버린 청년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그들을 향해 내밀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일 것이다. 


책 ⟪90년생이 온다⟫ 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1960년대 이후 젊은이들의 앞날에는 에스컬레이터가 놓여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에스컬레이터의 전기 공급은 끊겼고, 이제 젊은이들이 올라서 있는 곳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다.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난간 없는 유리 계단이다”. 난간 없는 유리 계단에 올라서다 주저앉기를 선택해버린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그네가 껴입은 옷을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해님이었던 것처럼, 어쩌면 에라 모르겠다 청년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변의 따뜻한 포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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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해 살빼기, 또 작심삼일?…'경제적 선호' 달라진 탓 . (2023).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13026981.

 

'왓 더 헬' 효과의 충격적 결과 . (2019-). https://www.joongdo.co.kr/web/view.php?key=20191029010012029.

 

실패의 날에 보는 '실패 관용 사회'와 '실패 비하 사회' . (2022). http://www.wsobi.com/news/articleView.html?idxno=17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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