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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방주원 ]


사람들은 흔히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실제 대화를 나누거나 글을 작성할 때, 텔레비전 프로그램 자막이나 뉴스 기사의 헤드라인에도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바꾸어 말하는 경우가 다수다. 이는 자살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사실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살은 '자살행위로 인하여 죽음을 초래하는 경우'로, ‘죽음의 의도와 동기를 인식하면서 자신에게 손상을 입히는 행위’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우울증은 치료 가능하고, 자살은 예방 가능하다’는 슬로건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자살은 질병의 결과이며 선택할 수 없는, 예방이 필요한 증상이다.

 



자살과 정신질환


자살은 정신질환과 상당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우울증이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한 연구는 약 60% 이상의 자살자들이 우울증에 그 원인을 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약 90% 정도가 표면상 드러나는 성격장애를 하나 이상 겪으며, 이러한 정신질환은 자살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성향이 있다. 이렇듯 우울장애를 가진 환자가 자살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결론은 정신과적 치료로 자살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살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법


자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치료 방법으로는 먼저 약물 치료가 있다. 조현병, 중독, 불안장애, 우울증 등 여러 정신질환은 생물학적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기능 저하와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를 활성화하고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약물 치료는 자살 고위험군 자들의 자살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자살 시도자였던 환자일수록 적절한 용량의 꾸준한 약물 복용이 필요하며, 복용 여부에 대한 지속적 확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항우울제 처방 이후 기분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력감이 사라지면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약물 치료 중에는 환자를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 비약물적 치료도 있다. 정신 치료는 행동치료, 역동정신치료, 지지정신치료 등의 형태가 존재하는데, 행동치료 중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문제 행동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정신역동치료는 환자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하고, 지지정신치료는 치료자가 치료 대상자에게 공감, 충고 등을 판단적 태도 없이 제시한다. 이러한 방법은 지속적인 무력감, 자존감 및 자기효능감 저하, 대인관계 문제 해결 능력의 부족 등 다양한 우울감의 요소를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둔다.




자살 예방,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음과 같은 사항에서 2개 이상에 해당하면 자살 징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 농담 식으로라도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 대인관계를 기피하고 대외적 활동이 줄어들었다. 또는 반대로 평소에 자주 안 만나던 사람들을 일부러 챙겨서 만나러 다닌다.

- 술을 평소보다 자주 마신다.

- 소중하게 간직하던 물건들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준다.

- 죽음에 관한 시를 쓰거나 낙서한다.

- 사후세계에 관심을 보인다.

- 평상시와 달리 주변을 정리 정돈한다.

- 평상시보다 더 밝고 평온하며 주변 상황에 초연해진다.

- 식사량과 수면량이 평상시에 비해 지나치게 줄거나 늘어났다.

 

만약 자신이 2가지 이상 해당한다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의심하고, 가까운 정신과 의원에 방문해 보길 강권한다. 

한편 위 사항들을 바탕으로 당신의 주변 사람이 자살 위험자로 판단된다면, '설마'라고 생각하여 넘기지 말고 명확하게 '자살 생각이 드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자살에 대한 언급을 일부러 피하고 그 언급이 오히려 자살을 유도할 것이라 걱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자살에 대한 구체적 질문을 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다. 질문을 한 뒤 상대가 그것을 인정한다면 자살을 생각하는 빈도, 염두에 두는 자살 시기 및 방법의 유무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를 믿어주고 보살펴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이나 지인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여 최대한 연관된 물건을 정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끔 해야 한다.

 



자살과 싸웠던 전사들, 남겨진 우리


방송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록> 나종호 교수 편 유튜브 클립에는 이런 댓글이 있다. ‘7년 전 자살로 세상을 떠난 아들은 하루라도 더 살아내려고 노력한, 병마와 치열하게 싸웠던 전사’라고, 그러니 자살을 ‘극단적 선택, 나쁜 선택’이라고 칭하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고. 실제로 남겨진 자살 유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또 자살을 확실히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살을 명백한 질병의 결과로 인식하고 증상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도 자살의 그늘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한 번 더 질문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혼자만의 싸움’이 ‘우리들의 극복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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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자살과 자살예방[국가트라우마센터]. 2019. https://nct.go.kr/distMental/rating/rating01_7_1.do

2) 샾잉 #ing. (2023, Jan 19). [#유퀴즈] "자책하지 마세요"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가장 좋은 위로 방법, 우울감을 나누는 문화의 중요성 ㅣ #샾잉 [Video]. YouTube. https://youtu.be/B8oRH3PBbyg?si=QZJvooJhn9zUUOx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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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12 18: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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