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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방주원 ]



"글자들이 춤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문장을 읽을 수가 없어." 흔히 난독증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증세로, 학습 장애의 일종이다. 난독증은 크게 '시각적 난독증', '청각적 난독증', '운동 난독증'으로 분류된다. 시각적 난독증이란 단어를 보고 이를 소리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말하며, 청각적 난독증이란 비슷한 소리를 구분하고 발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이다. 운동 난독증은 글씨 쓰기를 할 때 손을 움직이는 방향을 헷갈리는 경우를 말한다. 난독증을 겪는 아이들은 대개 미취학 시기부터 단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자주 발음을 틀리게 하거나, 말을 더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글씨를 베껴 적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학습 자체에 취미를 잃기가 쉽다. 이에 난독증을 겪는 자녀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뒤처진다', '정상적인 언어생활을 못 한다'는 걱정들로 자녀를 다그치거나, 과도한 학습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난독증을 ‘극복해야 할 장애’로만 치부하고 자녀를 대하는 것은 꽤나 편협한 자세이다. 




‘난독증 = 문제점’일까?


2004년, 영국의 최고 경영자 대학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식 발표를 했다. "사업가 중에서 일반인에 비해 난독증이 5배 정도 더 많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도 던졌다. "리처드 브랜슨 경, 앨런 슈거 경, 노먼 포스터 경을 특별하게 만든 점은 무엇인가?" 그 대답은 공식 발표문에서도 밝혔듯이, 성공한 기업가들은 모두 '난독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 중에도 난독인은 존재한다.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난독증과 연관된 많은 약점, 이를테면 말이 느리고, 읽기를 배우는 데 더디고, 연산 결괏값을 암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등 일생 동안 철자법에서 힘든 모습을 보였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크루즈도 마찬가지다. 그는 다른 배우가 스스로 대본을 읽으며 한 달이면 외울 양의 대사들을 난독증 때문에 타인이 읽어주는 걸 들으며 외우기에 6개월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성공한 난독인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난독증은 정형화된 정규 교육 과정 안에서 ‘문제점’이 되는 증상이지, 실제로 아이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삶의 가치를 찾는 것에 대한 문제점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비난독인들의 뇌 vs 난독인의 뇌


흔히 일반인이라고 칭할 수 있는 비난독인들의 뇌와 난독인들의 뇌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 안다면, 우리는 난독인에 대한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비난독인의 뇌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규칙이나 절차들을 적용하는 데 뛰어나다.  반면 난독인들의 뇌는 '가장 적당한 것'을 찾거나 일반화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할 때 뛰어나다. 또한 비난독인의 뇌는 일차적인 의미와 정확한 답을 찾는 데 뛰어나고, 난독인의 뇌는 흥미로운 연관성이나 독창적 관계를 찾는 데 뛰어나다. 비난독인의 뇌는 사물들 간의 차이점과 구별점을 찾는 데 뛰어나며 난독인의 뇌는 유시성을 찾아내는 데 뛰어나다.  비난독인의 뇌는 정리정돈이 잘된 캐비닛처럼 순서, 안정성, 효율성을 보여주며 보이며 순차적인 해설, 추론의 논리적인 전개 등도 수행한다. 한편 난독인의 뇌는 벽화 혹은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이 정보들을 이미지로 저장하고, 거미줄이나 하이퍼링크 같이 생각들을 연결하여 연못에서 잔물결이 일어나듯 한 가지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옮겨가는 것에 능하다. 이러한 비교에서 우리는 난독인들이 비난독인들보다 우둔하거나, 발달이 늦은 것이 아닌, 다른 분야에 더 정통한 특성을 갖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난독인의 뇌는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강점을 가지도록 조직화되었기 때문에 일반인의 뇌와 다르게 기능을 한다. 이러한 강점들이 특정 세부 정보처리에서는 상대적인 약점을 가지는 대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낫 놓고 기역 자인지 몰라도 괜찮은 이유


난독증은 말 그대로 읽기 장애이다. 특별히 지능이 낮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 힘든 증상이다. 또한 난독증을 갖고 있으면 다른 쪽의 뇌가 활성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난독증인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능력을 개발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난독증 자녀를 무조건 학습부진아로 치부하기보다는 자녀가 진짜 재능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가면서 전문적인 치료가 동반된다면, 자녀는 보다 자신을 사랑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낫에서 기역 자를 읽어내지 못하면 어떤가! 아이가 펼쳐낼 무궁무진한 세계는 기역 자보다 훨씬 값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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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Brock L. Eide. (2013). 난독증 심리학(백만장자 중에 난독증이 많은 이유). 서울:시그마프레스

2) EBS 뉴스 [Website]. (2014). URL: https://news.ebs.co.kr/ebsnews/allView/10216907/N#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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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7 0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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