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연
[The Psychology Times=한서연 ]
출처: pixabay
옷을 살 때, 읽을 책을 고를 때, 목걸이에 끼울 비즈들을 고를 때 나는 늘 많은 선택지들 사이에서 허덕인다. 세 가지 선택지와 서른 가지의 선택지 중 고를 수 있다면 아마 우리는 대부분 서른 가지의 선택지를 고를 것이다. 나에게 선택권이 더 많은 것이 유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늘 더 많은 선택지 속에서 만족감을 잃는다. 이처럼 다양한 선택이 우리의 삶이 더욱더 풍요롭도록 만들어 주는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우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선택의 늪에서 허덕이다, 선택의 역설
"끊임없는 선택의 역설"은 선택의 폭이 늘어날수록 결정하기가 어려워지고, 만족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끝없는 음식 메뉴에서 고르기,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제품을 선택하기, 또는 인터넷에서의 정보 과부하로 인해 결정력이 저하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이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러한 어려움이 "분석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 즉, 우리는 너무 많은 옵션을 비교하고 분석하려고 하다 보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선택의 과부하로 인해 생기는 문제로, 최적의 선택을 찾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우리를 더 스트레스 받게 만들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한정된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우리의 결정력과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단순함과 집중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옵션에 노출되면 우리의 지각된 선택의 가치가 하락하고, 결국에는 후회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게 된다.
이거? 아니면 저거?
선택적 역설이 우리의 일상에는 어떻게 녹아 있을까? 미국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와 마크 레퍼는 많은 선택지와 실제 구매와의 관계를 보기 위한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어느 식품점에 6가지 종류의 잼과 24가지 종류의 잼이 마련된 시식코너를 설치했을 때 고객의 약 60%는 잼이 많은 시식대를 약 40%는 적은 쪽의 시식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구매 형태는 반대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24가지 잼이 있는 시식대에서는 단 2%의 고객만이 잼을 구매했고, 6가지 잼이 있는 시식대에서는 12%의 고객의 잼을 구매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선택의 역설을 ‘넷플릭스 증후군‘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넷플릭스 증후군이란 현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OTT 서비스의 양이 많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OTT 컨텐츠를 실제로 감상하는 시간보다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데 걸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밥을 먹을 때 볼 콘텐츠를 고르기만 하다 식사 시간이 끝나는 것이다.
"끊임없는 선택의 역설"은 우리의 현대 사회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더 많은 선택지가 항상 더 나은 것은 아닐 수 있으며, 때로는 단순하고 한정된 선택이 더 나은 결정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가 소비, 의사 결정, 그리고 삶의 여러 영역에서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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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선택과부하 상황의 소비자 휴리스틱 연구 / 박지우 / 2016 / 서울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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